즐거운 대화 시간을 깨는 불청객, 바로 입냄새다. 입냄새는 성인의 50% 정도가 호소할 만큼 흔한 증상이다. 예기치 못한 입냄새는 자신에게는 수치심을, 다른 사람에게는 불쾌감을 줄 수 있다. 심한 경우에는 입냄새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다른 사람과의 대화나 접촉을 기피하는 대인기피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입냄새의 원인과 해소법을 알아보자.
◆스스로 입냄새 알기는 어려워
입냄새는 혀 안쪽에 서식하는 많은 양의 박테리아가 입 안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 죽은 세포, 콧물 등을 분해하면서 생기는 휘발성 황화합물 탓에 마치 썩은 달걀냄새와 같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증상을 말한다.
하지만 이 밖에도 입냄새를 일으키는 조건은 매우 다양하다. 그렇다면 입냄새가 나는지 스스로 알 수 있을까? 후각은 시각과 마찬가지로 쉽게 둔감해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자신의 입냄새를 정확하게 평가하기는 쉽지않다. 따라서 입냄새 고민으로 병원을 찾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행동이나 말에 따라 입냄새가 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사람들마다 느끼는 입냄새의 기준이 주관적이고 애매하기 때문에 그다지 심각하지 않은 입냄새인데도 스스로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때로는 상당히 심한 입냄새를 풍기는데도 정작 본인은 모르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입냄새 클리닉에서는 보다 정확한 입냄새 측정을 위해서 '구취측정기'를 이용해 얼마나 심한지를 객관적으로 평가한다.
◆입뿐 아니라 다양한 곳에서 발생
입냄새는 입뿐만 아니라 코나 목 등 인접기관과 다른 부위에서도 생길 수 있다. 냄새를 일으키는 물질이 입을 통해 나올 때 입냄새가 된다. 입냄새의 원인 중 80~90%는 입안에서 생기며, 나머지는 다른 부위라고 알려져 있다.
입안에서는 음식물, 침, 떨어져나온 구강상피 등이 구강 내 세균에 의해 썩으면서 황 성분을 포함한 냄새유발 물질이 주로 악취를 일으킨다. 그중에도 특히 혀에 냄새유발 물질이 쉽게 쌓일 수 있다. 혀는 거친 표면을 갖고 있어서 음식물 찌꺼기와 세균이 달라붙기 좋은 환경을 갖고 있다. 혀에 설태가 많이 쌓인 경우 입냄새가 심하게 날 수 있다.
이 밖에 잇몸질환이나 입안 염증이 있을 때도 냄새가 날 수 있다. 침은 입안을 깨끗이 청소하는 역할을 하는데 만약 심한 스트레스나 단식 때문에 침 분비가 부족한 구강건조증이 발생하면 입냄새가 심해질 수 있다.
아침 입냄새가 심한 이유도 마찬가지다. 잘 때에는 침이 분비되지 않고 음식물 찌꺼기가 부패해 세균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아울러 빈속일 때 냄새가 더 날 수 있다. 끼니를 거르면 침 분비와 순환이 활성화되지 않아서다.
◆청결한 구강 유지는 필수
입냄새를 줄이려면 음식 중에서 달걀, 파, 양파, 마늘 등 황 성분이 많이 포함돼 있거나 향이 강한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물을 자주 마시거나 헹궈주고, 입안을 건조하게 할 수 있는 담배나 술 등은 삼가야 한다.
꼼꼼한 칫솔질과 함께 치실이나 치간치솔로 치아 주변에 남아있는 음식물 찌꺼기를 꼼꼼히 제거해야 한다. 혀에 하얗게 낀 설태도 제거한다. 설태 제거기로 특히 혀 뒷부분에 쌓인 설태를 잘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
입냄새 원인이 되는 잇몸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6개월이나 1년에 한 번씩 정기적으로 스케일링을 받는 것이 좋다. 구강 내 염증이 있다면 즉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틀니나 보철물을 깨끗하게 관리하는 것도 필수다.
◆입안이 깨끗해도 냄새 날 수 있어
코나 인두부 염증이 있는 경우, 분비된 염증물질이 부패하면서 입냄새를 훨씬 심하게 만들기도 한다. 청소년기에는 편도주름 부위에 분비물 등으로 뭉쳐진 편도석이 입냄새를 일으키기도 한다. 가끔 조절되지 않는 당뇨가 있거나 심한 신장 및 간 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온몸에서 냄새가 같이 날 수 있다. 해당 질환을 치료하는 것이 급선무다.
또한 파와 마늘처럼 향이 강한 음식을 섭취하는 경우에는 칫솔질을 하더라도 냄새가 남을 수 있다. 마늘의 대사물질 때문에 입과 온몸에서 냄새가 난다고 알려져 있으므로 중요한 모임 전에 먹는 것은 자제한다.
흔히 위장 질환과 관련돼 입냄새가 나는 것이 아니냐고 의심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우려하는 만큼 입냄새와 연관된 경우는 흔치 않다. 만약 위식도역류 질환이 의심된다면 소화기내과를 찾아 치료받아야 한다.
한편 입안에 머금고 있다가 뱉어내는 구강청결제는 입냄새를 일시적으로 없애는 데 효과가 있지만 오래 지속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구강청결제는 중요한 만남 직전에 사용하는 정도가 효과적이다.
도움말=경북대치과병원 구강내과 정재광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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