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긍정의 적자생존

밤 열 시 대구 모 학원가의 거리가 술렁이기 시작한다. 청소년들이 여기저기 건물에서 쏟아져 나온다. 한 번은 학교에서 또 한 번은 학원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하루에 두 번씩 하교를 한다. 생존을 위한 긍정의 몸부림이다. 여기에 또 한 편의 드라마가 같이한다. "저기 몇 호? 차 좀 빼세요." 교통 경찰관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다. 자식들의 힘들었던 하루를 거들고자 엄마들의 차량이 총출동한다. 반복된 경고가 들린다. 공권력도 잠시 양보하는 유일한 예외 특구다. 어머니이기에 강하다는 말과 같이 엄마들의 모성애야말로 생존 본능의 최고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부산의 모 변호사가 스스로 유명을 달리했다는 뉴스를 보았다. 생계가 힘겨워 생을 포기했다는 기사인데 일반 사람들이 들으면 이해하기 힘든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 우리나라 변호사의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다고 한다. 변호사 10명 중 2명은 월 수입액이 200만원도 안 된다는 사실을 비추어 볼 때 그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한때 우리 사회에서 부와 명예를 함께했고 여유로운 삶의 대표적인 직업인도 치열한 적자생존 틀에서 현재를 살아가야만 한다.

보통 적자생존이란 말은 진화론을 설명하는 말로 잘 알려져 있지만 처음 사용한 사람은 영국의 철학자이며 경제학자인 스펜서다. 우수한 자가 이득을 갖게 되고 그렇지 못한 자가 상대적인 손해를 입게 되는 것을 당연하게 보았고 능력을 갖추지 못한 자를 구제하는 모든 활동은 불필요한 것으로 여겼다. 후에 찰스 다윈이 이 단어가 진화론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고 판단하여 사용하기 시작했다.

유의할 점은 생물학에서 적자생존이란 말은 더 강하고 우수한 생물만 살아남는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에 잘 적응하는 생물이 살아남을 확률이 높다는 뜻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공룡은 사라졌지만 바퀴벌레는 생존하고 있다는 것은 지구 환경 변화에 적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빨랐음을 암시한다.

요즘 적자생존에 관한 내용을 재미와 스릴로 풀어내 흥미를 더하는 정글의 법칙이라는 방송 프로그램이 있다. 김병만 족장의 돋보이는 활약상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세계의 오지, 식량을 구해야만 생존할 수 있다는 척박한 조건에서 족장의 탁월한 리더로 변화에 어떻게 순응하고 대처하는지를 현장 중계하듯 전하는 모습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적자생존의 법칙이 진행되는 한 우린 오늘도 힘든 노력을 해야 한다. 적자생존은 노력을 동반하지만 받아들여야만 할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두려워 말고 위안으로 삼아 자신을 다스려 보면 어떨까?

안봉전 대구한의대학교 화장품약리학과 교수 anbj@dhu.ac.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