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저평가주, 대구

주식투자의 성공 비결은 좋은 주식을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것이다. 그래서 주식시장에서는 실제 가치보다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받고 있는 저평가(低評價) 주식을 발굴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민국 도시를 주식시장에 빗대자면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저평가된 도시야말로 바로 대구가 아닌가 한다. 대구의 경제지표가 전국 최하위권을 맴돌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근로자 평균 임금, 인구 감소율, 출산율, 미분양 아파트, 청년 실업률 등 각종 경제지표에서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하지만 통계의 허구가 분명히 존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인당 지역 내 총생산(GRDP)이다. 대구는 소비 지출로 전국 3, 4위의 도시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어찌 된 일인지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로 오해받고 있다. 1993년 이후 19년 연속 GRDP 꼴찌를 면치 못하면서 우리 스스로조차 GRDP가 곧 도시의 부(富)와 경쟁력을 의미하는 지표로 잘못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GRDP는 해당 지역 내 최종생산물의 합계를 가리키는 지표로, 지역 내 대규모 생산시설이나 생산성이 높은 기업이 많고 적은 것을 알아볼 때 유용하다. 대기업이 밀집한 서울과 경기도 등 수도권 인근 지역과 국가공단이 있는 곳이 절대적으로 높을 수밖에 없다.

반면 대구는 구미, 경산, 포항 등 생산 기능 위주의 위성도시가 위치한 소비형 대도시로, GRDP 집계에는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단순히 GRDP 기준으로는 '전국에서 가장 가난한 도시'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

더욱이 대구는 민선 4, 5기 8년간 미래 신성장동력의 기틀을 마련했다. 당장은 아니더라도 현재 전국 최하위 수준을 맴돌고 있는 각종 경제지표를 개선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의미이다. 실제로 김동구 대구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9월 매일신문 경제칼럼에서 "대구가 그동안 목말라했던 미래 성장 동력의 큰 그릇을 마련하고 있다"며 '대구국가산업단지와 테크노폴리스' '첨단의료복합단지' '대구혁신도시'를 앞으로 지역경제의 미래를 이끌 삼두마차로 표현했다.

그동안 전국에서 유일하게 국가산업단지가 없던 대구가 국가산업단지 유치에 성공해 지난해 6월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기공식을 가졌고, 정부 연구기관과 함께 의료 기업들이 들어서는 첨단의료복합단지는 첨단의료산업을 지역 주력산업으로 성장시키고 우리 지역이 글로벌 첨단의료허브로 도약하는 데 핵심 거점의 역할을 충분히 해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가지 안타까운 현실은 우리 스스로의 자기 비하이다. 시민들이 직접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여전히 어렵고, 지역의 대형 프로젝트 현장들이 도시 외곽에 위치해 있다는 점에서 대구의 변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수는 있다.

그러나 저평가를 넘어선 '자기 비하'는 곤란하다. 문제 제기는 얼마든지 할 수 있고 또 토론을 통해 더 좋은 방안을 찾아나갈 수 있지만 비판을 위한 비판으로는 성장과 발전을 이룰 수 없는 까닭이다. 과거의 향수에 젖어 가슴을 치고 애통해하기보다 저평가된 대구의 경쟁력을 다시 돌아보고 우리의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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