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시장 선거…'경북고 수성이냐'-'非경북고 약진이냐'

문희갑·조해녕·김범일 등 대부분 배출-조원진·이재만·이진훈 등 출사표

6'4 지방선거 대구시장 선거가 서서히 달아오르면서 후보들의 출신 고교 간 경쟁구도도 흥미를 더하고 있다.

1995년 광역단체장 선거 이후 역대 민선 대구시장인 문희갑, 조해녕, 김범일 시장 등이 모두 경북고 일색이었다. 새누리당 대구시장 후보 결정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는 대구지역 국회의원들이 상당수 경북고 출신이기 때문에 비(非)경북고 출신은 대구시장 선거에 명함도 제대로 못 내밀었다.

실제 2002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김용태 전 내무부장관이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할 생각이 있었지만, 비경북고 출신(계성고 졸업)이라 출마를 접었다는 얘기가 지역 정치권에 나돌았다. 2006년 대구시장 경선에는 경기고 출신의 서상기 국회의원이 출마했지만 김범일 현 대구시장에게 고배를 마셨다. 당시 서 의원이 동료 국회의원들에게 출마에 힘을 보태줄 것을 요구했지만, '경(북)고가 아니라서…'라는 얘기를 듣는 등 비경북고 출신이어서 손해를 봤다는 얘기도 있었다.

그만큼 대구시장은 경북고의 아성이었다.

하지만 시민들은 대구시장을 경북고 출신이 독식하는 데 대해 불만이 적지 않았다. 매일신문이 최근 TBC와 함께 리서치코리아에 의뢰해 실시한 신년 여론조사에서 '대구시장에 특정고 출신의 시장을 뽑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찬성' 51.4%, '반대' 39.6%, '무응답' 9.0%로 대답했다. 시민 두 명 중 한 명이 대구시장=경북고 독식에 불만을 가진 셈이다.

이 같은 여론을 반영하듯 이번 선거에서는 비경북고 출신들이 잇따라 출사표를 던지면서 '대구시장=경북고 출신' 등식을 깰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현재 출마 선언을 했거나 출마가 유력한 후보들의 출신고를 살펴보면 김범일 시장과 주성영'배영식 전 의원이 모두 경북고 출신이다. 김부겸 전 민주당 최고위원도 경북고를 졸업했다. 이에 대응해 조원진 의원은 청구고에 입학해 서울 인창고를 졸업했고, 권영진 전 국회의원은 청구고, 이재만 동구청장은 달성고, 이진훈 수성구청장은 서울 동성고를 각각 졸업했다. 출신 고교로 보면 경북고 출신이 여전히 많지만 각개 약진하는 비경북고 출신들도 만만찮은 세를 과시하고 있다.

경북고 출신 후보들은 "경북고 출신이 대구시장을 독식한 것은 우연의 일치일 뿐 의도적인 것은 절대 아니다"고 말하고 있다.

비경북고 출신 후보들은 "대구시장을 특정 고교가 독식한 것이 대구시의 경쟁력을 떨어뜨린 한 이유가 됐다는 얘기가 적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만큼은 경북고 출신의 프리미엄이 없을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창환기자 lc15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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