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하회마을 또 불…유네스코서 '빨간불' 날려올라

북촌택 별채 일부 태워, 세계유산 4년 안돼 세 번째

13일 오후 4시 52분쯤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북촌댁 별채 디딜방앗간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 제공
13일 오후 4시 52분쯤 안동시 풍천면 하회리 하회마을 북촌댁 별채 디딜방앗간에서 불이 나 소방대원들이 진화작업에 나서고 있다. 안동시 제공

유네스코 세계유산 하회마을에 13일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불이 났다. 지난해 11월 유네스코로부터 지속 발전될 세계유산 26점에 포함된 지 2개월 만이다.

특히 2010년 7월 31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지 채 4년도 안 돼 하회마을에는 3차례의 화재가 발생, 문화재 관리에 총체적 부실이 드러나고 있다.

13일 오후 4시 52분쯤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북촌댁(중요민속자료 84호) 내 별채 디딜방앗간에서 불이 나 외벽과 초가지붕 등 30여㎡를 태웠다. 불이 난 곳이 하회마을에서 가장 큰 고택인 북촌댁 본채와 불과 2m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 자칫 큰불로 이어져 중요한 문화재를 잃을 뻔한 아찔한 사고였다.

불이 나자 인근 주민과 의용소방대원, 관리사무소 공무원 등 40여 명이 투입돼 진화에 나섰고 10여 분 뒤 소방차 2대 등이 더 투입돼 오후 5시 15분쯤 불을 완전히 껐다.

최초 신고자인 북촌댁 주인 류세호(62) 씨는 "방 안에 있는데 갑자기 지푸라기 타는 냄새가 나 마당으로 나가보니 디딜방앗간 외벽에서 불꽃이 치솟고 있어서 바로 119에 신고했다"며 "당시 대문이 열려 있었고 불이 외벽 밑에 있는 휴지통에서 올라오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불이 난 디딜방앗간 인근에는 민박으로 활용되는 별채가 나란히 있어 불이 번졌으면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었다.

화재가 난 방향의 본채 외벽에는 불에 탄 지푸라기 등이 날려 검게 그을려 있어 당시 위급했던 상황을 설명해줬다. 또한 불이 난 별채 디딜방앗간은 심야전기보일러와 차단기 등이 설치된 헛간과 붙어 있어 불이 더 번졌으면 전기가 단절되는 등 2차 피해도 예상해야 했다.

화재 원인과 관련, 경찰은 관광객이 버린 담뱃불이 화재의 원인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정확한 화인을 조사하고 있다.

한편, 지난해 12월 4일에도 하회마을 부용대 절벽에서 불이 나 100여㎡의 참나무 50여 그루와 낙엽 등을 태우고 30여 분 만에 꺼졌다. 다행히 부용대에서 100여m 떨어진 옥연정사'화천서원'겸암정사 등 고건축물에는 불이 번지지 않아 피해는 없었다.

지난 2012년 8월 4일에도 하회마을 부용대에서 공연 도중 불이 나면서 인근 산에 옮겨 붙어 40여㎡를 태운 뒤 20분 만에 꺼졌다.

이런 가운데 안동시가 하회마을 화재 예방에 대한 실질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방관한다면 하회마을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세계적으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던 2곳이 이미 등재 취소된 사례가 있다는 것. 오만의 아라비아오릭스 보호지역은 지난 1994년 유네스코로부터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됐다가 오만 정부가 보호구역을 90%까지 줄인 결과 2007년 세계자연유산 등재가 취소됐다. 또 독일 남동부 엘베강 일대의 드레스덴 엘베계곡도 2004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됐다가 2009년 강 양쪽을 잇는 다리를 건설하면서 낭만주의 건축의 역사적 가치와 문화경관이 크게 훼손됐다는 이유로 그해 세계유산목록에서 삭제됐다.

하회마을 류역하(58) 이장은 "고택관리사 등 안전을 대비할 수 있는 항시 대기 인력을 시에서 지원해줘야 한다"며 "마을 주민들 대부분이 나이가 많아 화재 발생 때 초기 대응도 어렵다"고 말했다.

안동시는 많은 목조문화재를 간직한 지역 특성을 고려해 문화재 안전경비 인력을 채용하는 한편, 각종 소방안전 교육도 마쳤다고 했으나 결국 실효 없는 대책이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안동'전종훈기자 cjh4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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