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이 도입된 지 만 10년이 된 지금 전국에 남아있는 의전원은 몇 개나 될까. 2013년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의대는 총 41개교로, 의전원 체제를 유지하는 학교는 5개교에 불과하다. 의전원은 어떻게 해서 도입이 됐고, 또 대부분 대학이 의대로 복귀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장기적인 계획 없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교육 정책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본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 의학전문대학원, 어떻게 도입됐나
의학전문대학원(이하 의전원) 기본 계획이 마련된 것은 2001년 무렵.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학생을 선발해 직접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 의사뿐 아니라 기초 의학을 연구하는 의료 인력을 키워낼 것이라는 취지를 바탕으로 의전원이 2004년 의전원 입학시험인 'MEET'(Medical Education Eligibility Test)가 처음 시행됐다. 학사 졸업 후 의전원에 입학하는 '4+4제도'(학부 4년, 의전원 4년)를 도입하면 당시 교육인적자원부(현 교육부)는 대학 입시 과열을 완화하고, 사교육비를 절감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학교 측에 의전원 전환을 촉구했다.
의학 교육계의 반발도 있었다. 학생들의 교육 기간이 증가함에 따라 교육비가 늘고, 학생들의 고령화에 따른 사회적 문제, 이공계 학부의 교육이 변질될 수 있다는 등 다양한 반대 논리가 나왔다. 당시 교육부는 의전원 전환을 유도하기 위해 전환 대학에는 '특혜'를, 전환하지 않는 대학에는 압력을 행사했다. 2008년 대한의사협회지에 실린 '의학전문대학원 도입, 2010년 의학교육 제도 결정 시점에 대비한 준비'라는 시론에서 왕규창 서울대병원 교수는 "(의전원 전환 대학에) 각종 지원금과 교수 정원 증원뿐 아니라 파격적인 등록금 인상을 묵인했고 대학이 위치하는 지역 제한도 풀었다"며 "반면 의전원 미전환 대학에 대해서는 비교육적인 압력도 행사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불허, BK사업 제외를 공식적으로 천명했다"고 지적했다. 지역의 한 의대 교수도 "처음에 의전원에 반대했던 의대들도 정부의 전체 대학 정책에 묶여 억지로 끌려갔다. 당시 정부는 의전원을 도입하지 않으면 로스쿨 인가도 안 해준다는 식으로 대학을 압박했다"고 했다.
◆ 전국 의전원, 5개만 남았다
이후 정부와 의전원을 도입했던 대학들은 그 운영 성과를 평가한 뒤 2010년에 최종 정책 방향을 정하기로 조율했다. 이 때문에 전국 의학 교육은 의예과 체제와 의전원 체제 그리고 의예과와 의전원을 병행하는 학교 등 세 가지 형태로 운영됐다. 의전원과 의예대를 병행하는 체제에서 또 다른 문제점이 발생하기도 했다. 2010년 당시 서울대와 연세대, 영남대 등 27개 의전원 중 12개가 병행 체제였다. 의대와 의전원의 교육 과정이 거의 똑같고, 수업 내용과 교수도 같은데 석사와 학사 학위 차이, 등록금만 차이가 나는 상황이어서 학생들 사이에서도 불만이 터져 나왔다.
교육부는 지난 2010년 7월 각 대학들이 의사양성학제를 선택하도록 자율권을 준 '의'치의학 교육제도 개선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27개에 달했던 의전원은 5곳만 빼고 모두 의대로 복귀를 선언했다. 의대와 의전원으로 분리된 의사양성학제를 의전원 체제로 통합하려고 했던 교육부의 시도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간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전국에 있는 의대는 총 41개교로, 이 중 36개교가 의과대학, 의전원은 5개교로 나타났다.
◆ '손바닥 뒤집기식' 정책, 학생만 피해자
의전원 도입 과정은 로스쿨과도 비교된다. 로스쿨은 대학들이 유치를 적극적으로 원해 정부가 특별법까지 재정했지만 의전원의 경우 많은 대학이 도입 자체를 꺼렸다. 당시 정부는 관련 법률도 제정하지 않은 채 각종 지원금을 푸는 식으로 대학 측에 의전원 전환을 유도했고, 5년간 대학원을 운영해본 뒤 정책 방향을 결정하겠다며 다음 정부로 책임을 떠넘겼다.
일관성없는 정책으로 학생들만 피해를 봤다는 의견도 있다. 경북대 치의학전문대학원(이하 치전원) 2학년생인 A(33) 씨는 대학 졸업 뒤 직장 생활을 하다가 치전원에 입학했다. A씨는 제도가 정착하기도 전에 전문대학원을 없애는 현 상황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A씨는 "전문대학원 체제는 의예과에 비해 사회로 나가는 시점이 늦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학부를 마치고 온 학생들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입학한 학생들에 비해서 세상을 보는 시야가 넓다"며 "분명 의'치전원의 장점이 있어서 제도를 도입했을 텐데, 갑자기 없어진다고 하니 치전원 학생들만 붕 뜬 기분"이라고 지적했다.
의전원 체제가 오히려 이공계 학생들을 '낭인'으로 만들었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경북대 응용화학과를 졸업하고 2년간 MEET 준비를 했던 B(30) 씨는 의전원 입학을 포기하고 새 일자리를 찾고 있다. B씨는 "주변에 의전원 입학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엄청나게 많지만 최종 합격하는 사람은 소수다. 이공계 학생 중에 의전원을 제2의 기회로 생각하고 시험에만 매달렸다가 실패해 이것도, 저것도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지금은 의전원이 거의 폐지되다시피 됐는데 여기에 '올인'했던 학생들의 미래는 누가 책임질꺼냐"고 반문했다.
기획취재팀=김수용기자 ksy@msnet.co.kr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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