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김한길 대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하길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2의 창당을 한다는 각오로 낡은 사고와 행동 양식에서 벗어나 정치 혁신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했다. 한마디로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것이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지지율에서 새누리당은 물론 생겨나지도 않은 '안철수 신당'에도 밀리고 있는 민주당의 위기 의식이 그대로 묻어난다. 대선과 총선에서 잇따라 패한 데 이어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패하면 민주당은 그야말로 끝장이다.

김 대표는 민주당이 왜 이런 위기에 봉착했는지 잘 알아야 한다. 말과 행동을 국민의 요구와 눈높이에 맞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의 가장 큰 요구는 민생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었지만 '천막 당사'로 상징되는 정치 투쟁에만 몰두했다. 국정원의 댓글을 빌미로 민주적 절차에 따라 선출된 대통령의 '정통성'을 부정했다. 그리고 듣는 사람의 귀를 씻게 하는 비루한 언어로 국민의 마음에 생채기를 내고 자신의 인격을 스스로 말살했다. 이런 정당이 국민의 지지를 받을 리 만무하다.

이런 모습에서 벗어나겠다는 김 대표의 회견이 과연 국민의 기억 속에 새겨진 민주당의 과거를 씻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김 대표는 많은 약속을 했지만 그런 약속들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있었고 말뿐이었다. 김 대표는 지난해 5월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60년을 지켜온 민주당의 영혼만 빼고 모든 것을 버려야 우리가 살 수 있다"고 했지만 김 대표 스스로 이를 위해 실천한 것이 무엇인지 자문해 봐야 한다. '정치 투쟁'에 대한 소수 극렬분자의 호응이 마치 국민 전체의 뜻인 것처럼 착각하지 않았는지 되돌아보란 것이다.

민주당이 잘못된 행보를 수정할 기회는 많았다. 대표적인 것이 민주당에 "국정원 선거 개입 문제에만 몰두하지 말고 삶의 현실 속으로 내려가라"고 한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고언(苦言)이었다. 그러나 민주당은 귀를 닫았다. 그런 전과(前科) 때문에 김 대표가 내놓은 대국민 약속의 진정성은 의심받고 있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불신을 걷어내려면 '양치기 소년'이 되지 말아야 한다. 민주당의 운명은 말이 아니라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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