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하회마을의 잦은 불, 철저한 관리로 문화유산 지켜야

13일 오후 경북 안동시 풍천면 하회마을 북촌댁 별채 디딜방앗간에서 불이 났다. 불은 아래채 외벽과 초가지붕 등을 태우고 20여 분 만에 꺼졌다. 하회마을에서는 2010년 6월 번남고택, 2012년 8월과 지난해 12월의 부용대 등 2010년 이후 이번까지 네 차례 불이 났다. 그러나 공연 도중 불이 난 2012년 부용대 화재를 제외하고는 아직 원인을 밝히지 못했다.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 담뱃불에 의한 실화로 추정할 뿐이다.

북촌댁은 2010년 유네스코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하회마을의 가장 큰 고택으로 중요민속자료 제84호로 지정된 곳이다. 이번 불이 난 곳은 북촌댁 본채와 2m밖에 떨어지지 않아 자칫 중요한 문화유산을 잃어버릴 위험이 컸다. 그나마 의용소방대가 350m밖에 떨어져 있지 않은데다 10분 거리에 소방지구대가 있어 빠른 대처로 초기 진화가 가능했던 것이 다행이다.

하회마을은 두 가지 측면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 곳이다. 먼저, 하회마을은 풍산 류씨의 집성촌으로 600여 년의 역사를 지닌다. 보물(양진당, 충효당)과 중요민속자료로 지정한 10여 채가 어우러져 1999년에는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가장 한국적인 곳'이라며 방문한 곳이기도 하다. 또, 2010년 유네스코가 경주 양동마을과 함께 '한국의 역사마을-하회와 양동'으로 묶어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도 하회마을의 가치를 잘 보여 준다.

이런 전통에 힘입어 하회마을은 2008년 이후 매년 100만 명에 이르는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마을에서도 전통 고택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관광객 유치 활동을 벌인다. 거꾸로 보면, 사람의 왕래가 잦은 만큼 화재 발생에도 취약하다. 특히 고택은 목조여서 한 번 불이 나면 걷잡을 수 없다. 2010년 번남고택 화재 때, 24칸의 목조 기와집 가운데 12칸이 소실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화유산은 한 번 잃으면 다시는 되돌릴 수 없다. 하회마을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면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위험도 있다. 세계적인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다. 다시는 불이 나지 않도록 국가와 자치단체의 철저한 관리와 관광객의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