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4차순환도로에 숨막힐 도동측백수림"

파군재나들목 소음도 심각…하반기 착공 최종 설계안 동구 주민들 재검토 요구

올 하반기 착공에 들어갈 대구 4차 순환도로 안심~지천(23㎞) 구간 최종 설계안을 두고 동구 주민들이 천연기념물 훼손 우려 등을 제기하며 반발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시청에서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의 주민설명회가 열리자 참석한 주민들은 "최종 설계안이 애초 도로공사가 설명했던 것과 다른 부분이 많고, 주민들이 요구했던 산악구간 터널화도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며 전면 재검토를 요구했다.

주민들은 도로공사가 2011년 5월 주민설명회에서 제시한 환경영향평가 자료를 내보이며 도로와 도동 측백나무숲 간격이 520m 정도 떨어지면 환경에 악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번 최종안에는 그 거리가 280m로 줄었다.

주민들은 "이렇게 되면 도로와 천연기념물 1호인 측백나무숲의 간격이 너무 좁아 각종 매연에서 보호해야 할 자연환경이 훼손될 우려가 크다"고 주장했다.

도동 주민 서덕교(52) 씨는 "하루 교통량이 7만 대인 경부고속도로와 2만 대인 대구-포항 고속도로가 인근에 있어 이미 측백나무숲은 40% 가까이 고사하는 피해를 보았다"며 "도로공사의 계획대로 도로가 들어서면 천연기념물은 자동차 매연에 포위돼 죽어갈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또 측백나무숲 옆을 지나는 도로를 고가도로로 설치하면 높이 30~40m인 대구-포항 고속도로 교각보다 더 높아진다는 이유로 이 구간의 터널화를 요구했으나 도로공사가 이를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의 계획대로라면 측백나무숲 동쪽과 북쪽은 30m 이상 되는 교각으로 '병풍'처럼 둘러쳐지게 된다.

최범영(52) 씨는 "가뜩이나 거대한 대구-포항 고속도로 교량이 1㎞ 넘게 이어져 경관을 해치고 있다"며 "또다시 이곳에 교각과 교량이 들어서면 이 지역이 흉물스럽게 변할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파군재나들목 위치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파군재삼거리 옆에 들어설 파군재나들목이 인근 아파트와 불과 80여m밖에 떨어지지 않아 밤낮으로 소음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정우 전 동구살리기운동본부 상임대표는 "순환도로가 없다고 교통이 마비되는 것이 아닌 만큼 주민들의 의견과 예상되는 피해를 다시 살핀 후 공사를 시작해도 늦지 않다"며 "한번 훼손된 자연은 되돌릴 수 없으니 신중하게 첫 삽을 떠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도로공사는 측백나무숲을 돌아가거나 터널화를 할 경우 도로에 곡선이 생겨 도로에 안전성이 떨어지고, 공사비도 300억원 이상 더 들게 돼 경제성이 낮아진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국도로공사 설계기준팀 관계자는 "도로와 측백나무숲과의 설계 거리(280m)는 문화재청의 허가를 받았고, 파군재나들목도 소음방지벽을 설치해 피해가 없도록 할 계획이다"며 "3월 중으로 주민들을 찾아가 도로건설 계획을 자세하게 설명할 것"이라고 했다.

대구 4차 순환도로 안심~지천 구간은 다음 달 말 시공사가 선정되면 하반기에 착공될 예정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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