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건보공단의 '담배소송'…흡연피해 손실액 연간 1조7천억원

작년부터 준비…24일 최종 결정

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추진하는 흡연피해구제 소송을 본격화한다.

건보공단은 오는 24일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를 열어 담배 소송에 나설 계획을 확정할 것이라고 16일 밝혔다.

◆치밀한 소송 준비

건보공단이 중요한 소송이나 사안을 정하려면 반드시 이사회에서 심의해 재적이사 과반수의 찬성 의결을 거쳐야 한다.

이사회는 공단 내부인사인 이사장 및 상임이사 5명과 노동단체'사용자단체'시민단체'소비자단체'농어업인단체'노인단체 인사 6명, 기획재정부'보건복지부'안전행정부 인사 3명 등 모두 14명으로 구성된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담배 소송 안건이 이사회를 통과하면 당장 다음날이라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지난해부터 치밀하게 담배 소송을 준비해왔다. 흡연으로 말미암은 건보재정 손실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지난 10일에는 '국민건강보험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띄우면서 특히 산하에 법무팀, 대외협력팀, 홍보팀으로 나뉜 '흡연피해구제추진단'을 꾸려 건보 재정손실에 대한 입법'사법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담배 소송 준비에 착수했다.

◆소송 추진 배경은

건보공단이 표면적으로 내세우는 담배 소송의 이유는 흡연으로 말미암은 건보공단의 의료비 손실액은 매년 1조7천억원 정도로 엄청난데, 담배회사는 아무런 책임을 지고 있지 않다는 것.

실제로 건보공단이 연세대 지선하 교수팀과 공동 연구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활용한 흡연의 건강영향 분석 및 의료비 부담' 자료를 보면 흡연 남성은 일반인보다 후두암 위험은 6.5배, 폐암 위험은 4.6배, 식도암 위험은 3.6배 높고 이에 따른 건보재정 지출은 2011년 기준으로 1조6천914억원에 달했다.

건보공단이 국민건강에 필요한 보험료를 사회보험 방식으로 거둬 관리하면서 의료비용을 유발한 책임이 있는 자에게 구상권을 행사, 건보재정의 건전성과 비용부담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다.

◆소송 규모는

소송을 통해 건보공단이 담배회사로부터 받아내려는 비용 규모는 얼마나 될까? 환수 범위를 어떻게 정하느냐에 따라 소송 규모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일단 건보공단은 2010년에 소세포 폐암 환자 진료비중에서 건보공단이 부담한 432억원에 대해 환수 소송에 들어간다는 구상이다. 이렇게 되면 소송규모는 6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소세포 폐암 진료비의 건보공단 부담금 환수 범위를 2010년도분에서 2002~2012년도의 10년치로 넓히면 소송액수는 3천억원 이상으로 치솟는다.

이런 소송액은 추가로 늘어날 수도 있다. 건보공단 측은 사회적 여론, 외국 사례, 국회 입법 등을 고려하면 소송규모가 수조원대에 이를 수 있다고 말했다.

◆승소 가능성은

현재 법원은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는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회사의 흡연 책임을 묻는 문제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법원에 계류 중인 3건의 개인 담배 소송에서 법원은 담배는 결함 있는 제조물이 아니고, 제조상 하자도 없으며, 표시상의 결함도 없고, 그 밖에 제조 및 판매와 관련한 위법행위도 없기에 담배로 말미암은 흡연자의 피해에 대해 담배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건보공단은 지금까지의 담배 재판 결과는 달라질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담배 소송에서 패소한 주요 이유는 원고인 개인 흡연자가 담배회사의 책임을 구체적이고 명백하게 입증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건보공단은 법률적으로 무장하고 과학적 진료 기록에 입각한 방대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흡연 피해 사실을 의학적으로 규명해 소송을 제기하면 법정 다툼을 해볼 만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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