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도권 기초단체장 확보 속내"

새누리 공천제 꼼수 논란 "무책임 정치 판칠 것"

새누리당이 16일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라는 대선 공약을 사실상 접기로 한 것과 관련, 새누리당의 이해득실에 따른 '꼼수'가 아니냐는 해석이다.

새누리당은 이날 기초선거 공천제를 유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민주당을 향해 이 문제를 정치적 이해관계로만 접근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

김태흠 원내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정당 공천제가 폐지될 경우, 능력과 도덕성이 검증되지 않은 범죄 전력자와 지방 토호 등이 난립할 것"이라며, "또 함량 미달의 자치단체장들이 등장해 지방재정은 거덜나고 무책임한 정치는 더욱 판을 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대선 공약이라고 하더라도 위헌 소지가 다분한데, 국민을 속이고 위헌을 저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의도 정가에서는 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분위기다. 새누리당이 처음부터 정당공천 유지를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근저에는 오는 6'4 지방선거에서 수도권 지역의 기초단체장 확보라는 속셈이 깔려 있다.

공천제를 폐지하면 인지도가 높은 현직 단체장이 본선에서 유리해지는데, 민주당 소속 단체장이 많은 수도권에서 고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한 여권 인사는 "수도권에는 대부분이 민주당 출신이 단체장 자리에 앉아 있다"면서 "공천을 폐지할 경우 현역이 유리해질 테고, 결국은 민주당의 압승으로 결론이 날 텐데 새누리당이 이 같은 상황을 원하겠느냐"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래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국민에게 한 약속인데 이를 아무런 이유도 없이 어길 수 없어 위헌 소지가 많다는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새누리당의 이 같은 방침에 민주당은 총공세를 폈다. 민주당 전병헌 원내대표는 이날 당 고위정책'정치개혁특위 연석회의에서 "새누리당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거부는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국민과의 약속 깨기에 나서는 것"이라며, "새누리당의 기득권 집착은 국민의 심판도 면치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전 원내대표는 "경제민주화, 보편적 복지, 정치쇄신 공약을 깡그리 파기하는 새누리당의 행태에 대해 국민들이 심판을 해야 한다"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처신도 실망스럽다. 대통령의 약속을 집권여당이 깨는데 묵묵부답"이라고 화살을 청와대로 날렸다.

야권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의 텃밭인 호남 지역에서 안철수 신당의 인기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는 추세도 문제지만, 만일 정당공천이 유지될 경우 공천에 실패한 인사들이 대거 안철수 신당으로 넘어가는 것도 민주당 입장에선 고민이어서 의원 개개인의 생각보다는 당의 미래가 걸린 일"이라고 정당공천 폐지를 주장하는 민주당의 이해관계를 설명했다.

일찌감치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라는 당론을 확정한 민주당으로서는 한편으로 호재를 만난 격이다. '현직 단체장 프리미엄'을 이용해 여당의 아픈 곳을 계속 건드릴 수 있고, 이를 6'4 지방선거까지 몰고 갈 수 있는 것이다. 민주당 입장에선 '꽃놀이패'인 셈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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