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자원봉사는 사회를 밝히는 빛과 같은 존재다. 특히 생명을 지키는 자원봉사는 그 의미가 남다르다. 대구 동구 평화시장에서 식육점을 운영하는 이태원(50) 씨는 생명 지킴이 자원봉사자다. 그는 사비를 들여 평화시장과 경북대학교 인근에 플래카드를 걸어 놓고 헌혈증서를 가져오면 돼지고기 600g(한 근)을 답례품으로 주고 있다. 5년 동안 이렇게 모은 헌혈증서가 1천 장 가까이 된다.
"올해는 124장 모았어요. 예년에 비해 좀 적은 편입니다. 미안해서 어쩌죠." 이 씨는 헌혈증서를 받으러 가게에 들른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 최희순 소장에게 마치 죄 지은 사람처럼 미안해했다. 그동안 그는 한 해 동안 모은 헌혈증서를 대구 동구자원봉사센터에 직접 전달했다. 올해는 일이 바빠 시간이 나면 방문하겠다는 전화를 하자 최 소장이 직접 가게를 찾아왔다.
최 소장에게 전달한 헌혈증서 사이에 몇 장의 수령증이 들어 있었다. 헌혈증서를 모은다는 소문을 듣고 급하게 찾아온 환자나 복지관에 전달한 영수증이다. "지난해 봄이었어요. 중학교 입학하는 학생이 백혈병에 걸린 것을 알게 되어 부모님이 급하게 찾아왔기에 헌혈증서 20장을 주었더니 치료를 잘 받았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왔어요."
헌혈증서를 모으는 일을 하게 된 계기를 묻자 이 씨는 "사람 목숨을 살리는 일이 보람되고 좋아서 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플래카드를 걸고 헌혈증서를 모으는 일에는 남들보다 적극적인 이 씨이지만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해달라는 말에 어색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갓 시집온 새댁처럼 부끄러워했다. 마침 가게 간판을 보니 '새댁 식육점'이었다.
글'사진 박태칠 시민기자 palgongsan72@hanmail.net
멘토'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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