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기는 흔히 '질풍노도'의 시기라고 불린다. 발달학적 관점에서 보면, 청소년기는 새로운 몸과 마음이 탄생하는 시기이지만, 감정적으로 통제 불가능하고, 가족과 끊임없는 갈등을 겪기도 한다. 청소년의 여러 문제 행동들은 정상적인 범위에 포함되는 '정서적 격동'일 수 있으나, 이를 가장한 정신장애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 정신장애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것은 우울장애와 조울장애이다.
◆동반 질환 유무 확인해야
청소년기 우울증에 나타나는 증상은 성인과 비슷하다. 슬프거나 과민한 기분, 무의욕증, 사회적 위축, 무가치감, 죄책감, 자살사고, 수면 변화, 식욕 변화, 집중력 저하 등이다. 특히 기분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활동을 해도 반응을 보이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평소 흥미로운 활동을 해도 기분이 나아지지 않거나 오히려 이를 피하는 경우이다.
기능 저하도 동반된다. 이는 학교 생활, 또래 관계, 가족 관계에 악영향을 끼친다. 기능 저하는 일반적인 기분 저하와 우울증의 구분점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시기 우울증의 표현 양상을 보면 기분의 우울함보다는 과민함을 더 자주 보인다. 청소년은 소아에 비해 어느 정도 인지하기도 하지만, 스스로가 과민하다기보다는 일상 생활이 자신을 화나게 한다고 말한다. 의욕 상실로 인해 평소 관심 있었던 학교 생활이나 운동 등을 하지 않으려 하고 또래 관계도 소원해진다. 수면 문제가 발생하고 피곤함을 자주 느껴 방과 이후 낮잠을 자려하고 집중력 저하로 성적이 떨어지기도 한다. 그러나 이 시기의 청소년은 우울장애를 겪더라도 우울감보다는 과민성을 느끼기 때문에 우울장애가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부모 역시 이러한 양상들을 우울증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자녀가 극도로 예민해졌다고 여긴다. 즉, 우울 증상보다는 주로 성적 저하, 과도한 인터넷 사용, 자살 시도, 행동 변화 등의 이유로 병원을 찾게 된다.
성인의 경우 우울증과 다른 질환과의 감별 진단이 중요할 수 있다. 하지만 청소년 우울장애의 경우 동반 질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주 나타나는 동반 질환은 불안 장애, 품행 장애, 주의력 결핍 행동장애, 물질 남용 등이다.
◆정신교육'지지적 접근 필요
모든 우울장애의 치료에는 정신교육, 지지적 접근과 가족과 학교에 대한 개입 등이 포함된다. 치료 방법을 결정하기 위해서는 우울증 정도, 동반 질환 유무, 기능 장애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 단기간이거나 복잡하지 않은 우울증 경우, 자살 사고나 정신병적 양상을 보이지 않는 경우, 가벼운 정도의 정신사회적 기능 장애를 보이는 경우 등에는 먼저 교육이나 지지적 접근, 사례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치료되는 경우가 많다. 중등도 이상의 우울증, 만성적'반복적 우울증, 자살 시도나 초조 증상이 심하거나 정신병적 양상의 우울증, 심한 정신사회적 기능 장애 등의 경우 약물 치료가 우선이다. 성인기 우울증에 비해 항우울제의 치료 효과에 대한 연구가 부족한 실정이나 대뇌 세로토닌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약물이 1차 선택제로 쓰이고 있다.
우울증 치료는 세 단계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급성기 치료로 치료 목표는 증상의 호전이다. 두 번째 단계인 지속기의 치료 목표는 치료 반응을 공고히 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다. 세 번째 단계인 유지치료기에는 반복적'만성적 우울증으로 발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연구를 종합하면 청소년기 우울증은 이 시기에 국한되는 상태가 아니라 성인기까지 반복되거나 만성화될 가능성이 높은 장애이다. 급성기 증상으로 인한 기능 장애는 청소년기의 발달 과업을 방해할 뿐만 아니라 만성화 과정을 통해 성인기까지 영향을 끼친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조기 발견 및 진단, 증상의 호전을 넘어 병을 뿌리 뽑기 위한 유지 치료 기간이 충분히 필요하다. 적극적인 치료가 질병 경과나 예후를 바꿀 수 있다.
도움말'최태영 대구가톨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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