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지상백일장] 수필-고마운 아들딸들

나에겐 일곱 명의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가장 깊은 절망도 이길 수 있도록 바쁜 일상을 선물한 아이들이다.

쉴 틈이 없도록 할 일을 맡기는 아이들에게서 새해 아침에 고마운 마음을 가진다. 아이들이 아니었으면 절망으로 살아갈 희망조차 잃고 죽음만을 생각했을 것이다. 아이들은 나를 일깨웠다. 밥을 해 달라고. 학비를 마련해 달라고. 벗어 던진 옷가지며 팽개쳐진 책들을 정리하고 빨래하는 동안 시름을 잊었다. 아이들 넷은 대학원과 대학을 다니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가혹한 시련 앞에 굴하지 않고 공부로 승부를 건 너희들이 장하다. 차가운 방안에서 이불을 뒤집어쓰고 인터넷 강의를 듣고 명문대학에 간 진주, 아침도 안 먹고 학교에 가서 공부 한 큰애는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되겠다고 그 어려운 임용고시에 합격하고 면접을 기다리고 있다.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서 공부하는 너희들이 고맙고도 고맙다. 나의 노후는 너희들이 있어서 얼마나 즐거우랴. 제주도 여행도 보내준다니 말이다. 나에게 글을 쓰도록 해 준 너희들이 아니냐. 오늘도 택배로 반찬을 만들어 보내며 내 마음은 행복하기만 하다.

조경숙(대구 남구 효성중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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