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는 지난해 역내의 평화와 안정(stability)이 어느 때보다 위협받았다. 21세기 들어 세계 3대 중심축으로 떠오른 동북아가 공동체로 결속하고 공동번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한데도 그렇지 않았다. 그러나 다행인 것은 지방정부 간의 교류와 협력은 활발하게 유지됐다.
동북아는 세계 어느 곳보다 지방정부 간의 교류가 활발하다. 한'중'일 지방정부 간 자매우호협력을 보면 광역'기초단체를 포함해 한'중 518건, 한'일 187건, 중'일 간 354건이 체결돼 3국 전체는 1천59건에 달한다. 한'러 44건, 한'몽골 간에도 32건이 체결됐는데 이런 풀뿌리 협력은 국가 간 대립과 갈등구조를 완화시켜주고 있다.
지방자치가 발달한 유럽의 경우 중앙과 지방정부의 관계는 강력한 유럽통합정책을 수행하면서, 정부는 '지방정부가 할 수 없는 분야, 또는 더 잘할 수 있는 분야만 수행하고 나머지는 모두 지방정부에 권한을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보완성(Subsidiarity)의 원칙'을 내세우고 있다. 여기서 지방정부의 주도적 역할을 볼 수 있다. 집행은 대다수 지방정부의 몫인 만큼 오히려 지방정부가 정책을 주도해 나갈 필요가 있으며, 실제 지방정부가 선도하고 중앙정부가 뒤따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
아널드 슈워제네거 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8년 재임기간 동안 연방정부의 의지와 별개로 녹색경제에 올인했는데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1992년 유엔 리우환경회의 이후 각국이 국익만 내세우며 합의가 장기간 답보에 빠져 있을 때, 워싱턴을 기다릴 수 없다면서 주정부가 독자적으로 나서 이산화탄소 감축의 일환으로 강력한 자동차 배기가스 규제 정책을 채택했다. 완성차 메이커는 물론 석유 메이저까지 엄청난 압력을 가해왔지만 끝내 극복했고, 이후 여러 주의 동조와 함께 '캘리포니아 스탠더드'라는 말까지 생겨났다. 결국에는 연방정부까지 뒤따르게 한 획기적인 전례를 남겼다. 이런 선도적 행동은 UN까지 움직이는 계기가 되었다. 그는 지금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세계지방정부기구(R-20)를 이끌며 활약하고 있다.
경북도가 2013년에 역점적으로 추진한 코리아 실크로드 프로젝트와 이스탄불 경주세계문화엑스포의 성공도 대표적 사례이다. 지방정부가 선도하고 중앙정부를 움직이게 한 것이다. 종래 실크로드는 중국의 시안(옛 장안)을 기점으로 유럽과의 연계를 강조해왔으나, 다양한 고증과 이벤트를 통해 한국의 경주가 실크로드의 동쪽 시발점임을 각인시켰다. 이스탄불에서 23일간 개최된 경주세계문화엑스포엔 터키는 물론 각국의 관광객을 포함 480여만 명의 관람객을 모아 대성공을 거둔 바 있다.
새마을운동도 2000년대에 들어와 다소 주춤했으나 경북도가 아프리카 등지로 확산시켜 나가자 중앙정부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독도 문제는 어떤가? 일본의 시마네현이 2005년 2월 지방정부 차원에서 이른바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면서 영토권을 주장하고 나섰고, 급기야 2013년 2월 행사에는 사실상의 중앙정부 행사로 격상시켰다. 우리의 대응도 중앙정부에 앞서 경상북도가 2000년 10월 25일 독도수호대를 통해 '독도의 날'을 선언했고, 2005년에는 시마네현과 자매결연을 폐지했다. 2008년에는 울릉군이 조례로 독도의 날을 지정했다. 전략상 국가행사로는 하지 않고 있다. 문화융성 전략도 문화적 자산과 콘텐츠를 보유한 지방정부가 선도할 수 있다.
동북아에는 지방정부 간 국제협력기구로 '동북아지역 자치단체연합'(NEAR)이 경상북도의 주도로 창설되었고 국제적 기구로는 드물게 사무국이 포항에 있다. 중국, 일본, 한국, 몽골, 러시아 및 북한의 71개 광역시도 자치단체가 가입되어 있고, 4억4천500만 명의 인구를 포용해 EU를 능가하며 지역총생산액(GRDP)도 2조9천억달러에 이른다. '지방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인 시대에 살고 있다. 동북아 지방정부 간 교류협력의 매개 역할의 중심에 동북아지역자치단체연합(NEAR)이 있다.
김재효 동북아지역자치단체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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