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삶과 공부

매년 되풀이되는 입시 철인 11월이 되면 고3 학생을 둔 부모들은 모두들 신경이 곤두선다. 학생들은 더 그렇다. 좋은 대학, 취업이 잘되는 학과 선택 등 대학 입시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수능시험이 있기 때문이다. 이 시험은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12년간의 교과 학습 과정과 거기에 들인 노력에 대해 평가를 받는 것이다. 달리 척도를 갖고 있지 않은 각 대학의 학생 모집에 대한 평가의 중심 척도 역시 수능시험이다. 따라서 우리는 흔히 공부라고 하는 것에 대한 의미를 단순히 시험을 잘 치게 준비하는 것이라고 믿게 되었다.

대학에서 매년 새로 입학한 학생들에게 "누구를 위해서 공부를 하느냐"는 질문을 해보면 거의 대부분의 학생은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대답한다. 우리는 이처럼 단순히 시험을 위해서 그리고 자기 자신을 위해서 공부를 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생물은 자신과 같은 유전자를 가진 2세를 세상에 만들어 자기의 유전자가 영속하기를 원하고 있다. 그리고 보다 좋은 환경에서 2세들이 잘 먹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아낌없는 노력을 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것이 인간들이 흔히 말하는 세속적으로 공부하는 목적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공부에 대한 목적, 대상을 좀 더 넓혀 보면 자기 자신은 물론 가족에서부터 지역 사회와 한 국가, 민족 그리고 인류에 이르기까지 그 범위를 확대할 수가 있다.

우리 선조들의 업적 가운데서도 높은 차원의 공부에 대한 의미를 살펴볼 수 있는 예가 있는데, 그 대표적인 것이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의 업적이다. 세종대왕은 임금이면서도 스스로 소리와 글에 대해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한 결과 지구 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자인 한글을 창제하고 그 결과 세계 어문학 최고의 업적을 탄생시켰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언어 사용에 어려움을 느끼지 못하고 살고 있으며,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문맹률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세종대왕의 업적 덕분이다.

또한 최근의 이야기지만 유튜브나 각종 SNS를 통해서 외국인들이 쉽게 한글 가사로 된 케이팝을 따라 부르는 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 그것은 세종대왕이 만든 한글의 발음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몇 해 전 일본 텔레비전에서 케이팝을 소개하는 토크쇼에서도 그런 내용을 볼 수가 있었다. 그 프로에서는 같은 노래에서 한글로 된 가사와 일본어로 된 가사가 있을 때 한글로 된 가사의 노래가 보다 리듬감이나 역동성을 잘 느낄 수가 있었다는 참가자의 의견이 있었다. 다른 지역의 반응도 비슷하다고 한다. 이것이 한글의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리고 한국 음악을 세계로 진출시키기 위해 노래 하나하나에 리듬과 역동적인 춤 등을 창작하고 입힌 수많은 사람의 노력이 한데 뭉쳐진 결과로 볼 수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 속에는 각 개인의 피나는 '공부'와 노력의 영향이 분명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 한국의 대중문화가 세계에 널리 알려지고 있으며, 지금은 세계의 많은 젊은이가 즐기는 케이팝으로 날로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한글과 관련이 있는 두 가지 사례에서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경제 발전을 이룩한 괜찮은 국가이며, 경제 발전에 발맞출 수 있을 정도로 문화적인 수준까지 우수한 나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변화의 바탕에는 많은 사람이 노력해서 이룩한 '높은 단계'의 공부의 내용과 결과가 작용하고 있음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많은 사람의 공부와 노력이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그 이익을 공유할 수 있게 하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경쟁과 시험 준비 같은 '기존의' 공부가 아닌 새로운 것을 창조하고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보다 '높은 단계'의 공부를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새로운 교육의 장을 구성하여 학생들을 가르치는 것은 국가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서 꼭 이루어져야 할 일이다.

이부용/대가대 교수·환경과학 bylee@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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