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교 풍경도 많이 다르네요∼

청천초교 교정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바람개비들. 학교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닭과 오리들. 학교 뒤편 응달에 물을 얼려 만든 썰매장.(위로부터)
청천초교 교정 여기저기에서 소리를 내며 돌아가고 있는 바람개비들. 학교 농장에서 자라고 있는 닭과 오리들. 학교 뒤편 응달에 물을 얼려 만든 썰매장.(위로부터)

청천초교에는 '썰매장'이 있다. 김 교장이 아이디어를 내 건물 뒤편 응달에 물을 채워 얼린 것이다. 방과후 수업을 마친 아이들과 함께 썰매장으로 갔다. 나무 썰매는 물론 플라스틱 우유 박스에 끈을 달아 만든 최신식 썰매도 있었다. 썰매를 타고, 팽이를 돌리는 아이들의 모습이 정겨웠다. 50년 전 김 교장이 하고 놀았던 놀이가 시대를 거슬러 현대 아이들의 놀이가 됐다.

청천초교 아이들은 모두가 농부다. 마음씨 좋은 동네 이장님이 330㎡(100평 남짓) 규모의 '다랑논'을 빌려준 덕분에 전교생이 소작농이 됐다. 우리의 주식인 쌀이 '나무에서 자라지 않는다'는 답을 현장에서 찾는 셈이다. 아이들은 학년별로 팀을 이뤄 여름에 모내기를 한 뒤, 수시로 논을 찾아 벼가 자라는 모습을 눈으로 기록한다. 가을에 벼가 익으면 고사리손으로 직접 추수를 하고, 학교에서 탈곡기로 타작을 한다. 이렇게 얻은 쌀은 가을 등반을 할 때 '백설기'로 변신해 아이들의 입으로 들어간다. 김 교장은 "우리 아이들은 자연을 잘 안다. 컴퓨터 앞에서 자연을 공부한 사람과 우리 아이들이 느끼는 자연은 분명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이들은 병아리를 키우며 생명의 신비를 배운다. 이 학교에는 인공 부화기가 있어서 각 학년별로 한 달에 한 번씩 부화기로 부화시켜 병아리를 키운다. 자기 팀이 담당한 알에서 병아리가 나오면 그때부터 '엄마'가 돼 병아리 사육을 전담한다. 학교 뒤편 농장에서 뛰노는 오골계들은 지난해 10월 아이들이 부화시킨 녀석들이다. 이미 자란 암탉들이 낳은 알은 급식소에서 아이들 식판에 올라온다. 내 밥상에 오르는 음식이 어디서 어떤 과정을 거쳐 오는지 알 수 없는 현대사회에서 아이들은 자연에서 모든 것을 바로 얻는 '직거래'를 하는 셈이다.

어떤 날은 기적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난해 4월, 제비가 온다는 삼짇날인 음력 3월 3일에 맞춰 아이들이 우유곽에 박씨를 심었다. 그리고 박 모종을 다른 곳에 옮겨 심었다. 박 모종이 자랄 때쯤 학교에 제비 한 쌍이 찾아왔다. 제비 부부는 현관 앞에 둥지를 틀더니 새끼 다섯 마리를 낳고 대가족이 됐다. "아이들도 놀라고, 교사들도 놀라고, 다 놀랐지요. 박이 자랄 때 찾아온 제비라니. 우연도 이런 우연이 어디 있습니까?"

황수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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