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通] 폐교 위기 시골학교에 활력 되살린 김응삼 경산 청천초교 교장

아이들 이름 다 안답니다 작은 학교의 매력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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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얘들아, 사랑해~." 경산 청천초등학교 아이들은 학교에서 인사할 때 "안녕하세요" 대신 "사랑해"라고 인사한다. 김응삼 교장이 '서로 사랑하자' 고 만든 규칙이다. 김 교장이 전교생 얼굴이 나온 대형 플래카드 앞에서 아이들을 향한 마음을 담아 손으로 하트 모양을 만들고 있다. 이채근 기자

바람이 세차게 불던 날 오후였다. 경산 청천초등학교 교정에는 바람개비 수십 개가 '삐걱삐걱' 소리를 내며 돌고 있었다. 김응삼(58) 교장에게 '학교에 바람개비가 참 많다'고 인사를 건네자 "꼭 새소리 같죠?"라고 되물었다. 2009년 23명이었던 전교생이 지금은 90명으로 불어나 올해 봄 1학년이 입학하면 딱 100명이 된다. 2010년 가을, 김 교장이 온 뒤 생긴 변화다. 바람개비 소리에서 새소리를 찾아내는 교장이 있는 학교가 어떤 곳일지 더 궁금해졌다. 폐교 직전이었던 학교를 활력있는 곳으로 만든 김 교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폐교 살리는 '교장쌤'

"음메~음메~."

학교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기자를 맞이한 것은 염소 두 마리였다. 한 아이는 제 덩치보다 큰 염소에게 풀을 먹이고 있었다. 이곳은 학교 전체가 하나의 '농장'이다. 학교 현관 앞에는 물레방아가 돌고, 잔디밭에는 염소가 뛰놀고, 뒤뜰에는 오골계와 토끼도 있다. 수업 시간 공부를 하며 '꼬끼오~" 닭소리를 들을 수 있는 정겨운 시골 학교다.

김 교장이 청천초교에 온 것은 지난 2010년 9월. 당시 전교생이 23명밖에 없어 폐교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그는 지난 7년간 교장으로 근무하면서 '작은 학교'만 찾아다녔다. 청도와 성주에서 있었던 초등학교도 청천초교처럼 전교생이 100명도 안 되는 곳이었다. "저는 작은 학교가 좋아요. 작은 학교에 있으면 아이들이 자라는 게 눈에 다 보이거든요. 전교생 이름을 다 외워 아이들 이름도 한 명씩 불러줄 수 있으니까요."

그는 등하굣길에 아이들을 교문에서 맞이한다. 아무리 덥고, 추운 날도 거르지 않고 아침저녁으로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며 인사한다. 김 교장은 "아침에 애들 얼굴을 보면 기분을 다 파악할 수 있다. '오늘은 저 아이가 기분이 안 좋구나, 저 아이는 다리 깁스를 했구나' 이렇게 아이들에게 관심을 갖고 알아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이를 사랑하는 교장이 있는 곳에 학생이 모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23명이었던 전교생은 지금 90명으로 불어났다. 그는 '자연이 곧 교육'이라는 올곧은 교육관으로 학교 시스템을 하나씩 고쳤다.

"경북 지역에는 시골 학교가 많아요. 농촌의 여건을 잘 활용하면 아주 좋은 교육환경이 되지요. 옛날로 되돌아가 아이들이 천천히 현대문명에 물들어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사시사철 꽃이 피는 학교, 자연이 교육의 장이 되는 '슬로우 스쿨'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해야"

그는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은 건강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아침에 등교하자마자 책가방을 풀고 운동장을 달려야 하는 것은 청천초교의 규칙이다. 1'2학년은 세 바퀴, 3'4학년은 네 바퀴, 5'6학년은 다섯 바퀴씩 매일 달린다. 또 쉬는 시간마다 운동장에 나가 전 학년이 뒤섞여 뛰놀다 보면 '왕따'가 생길 틈조차 없다.

학교-학원-집만 돌며 지내다 전학 온 학생들은 갑자기 운동을 하는 바람에 쌍코피가 터지는 웃지 못할 일도 생긴다. "전학생들은 일주일 운동장을 달리면 코피가 터져요. 요즘 도시 애들이 매일 앉아서 공부만 하니까 체력이 안 좋은 거예요. 우리 학교 애들은 피부가 구릿빛이에요. 아침마다 선크림을 챙겨 바른다는데도 그렇네요. 하하."

청천초교 학부모들도 김 교장의 든든한 지원군이다. 그의 교육관을 존중하며 아이들을 위한 일이라면 적극적으로 참여한다. 교정에 새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바람개비는 아이들이 엄마 아빠와 함께 만든 것이다. 평일에 시간이 나지 않는 부모들은 주말에 학교에 와 허수아비를 만들기도 했다. 또 지난해에는 매주 목요일 1학년생들을 대상으로 엄마가 동화책을 읽어주는 시간을 마련했다. 김 교장은 "1학년 학부모들이 당번을 정해 책을 읽어주는 시간이었는데 애들 눈이 반짝반짝 빛이 나더라. '엄마도 학교에 와서 책을 읽어달라'고 엄마 등을 떠미는 아이들도 있었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때쯤 학부모에게 부탁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넌지시 물었다. "아이들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가 중요합니다. 애들이 집에 오면 "오늘 몇 점 받았니?"라고 먼저 묻지 말고 "오늘은 병아리가 태어났니?"라고 먼저 물어보고 공부 이야기는 천천히 물어보세요. 아이들 마음을 자라게 하는 질문을 해야 합니다." 오는 8월 말, 4년 임기가 끝나면 김 교장은 다른 학교를 찾아 떠나야 한다. '즐거운 학교'를 만드는 김 교장의 다음 목적지는 어디일까.

황수영기자 swimmi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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