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세금만큼 무서운 게 사실상 없다. 빈털터리도 세금을 내야 한다. 껌 한 통을 사도 부가세가 붙으니 말이다. 세금 안 거두는 정부는 더러 있어도 사람 사는 곳에 세금 없는 곳은 없다. 바다 한가운데서는 해적이 손을 벌리고, 뒷골목에서는 어깨에 힘주는 치들이 보호비 명목으로 돈을 걷는다.
세금이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보여주는 예가 '세금해방일'(Tax Freedom Day)이다. 세금해방일은 일해서 번 소득을 더 이상 세금으로 내지 않고 제 주머니에 넣을 수 있는 날이다. 지난해 한국 근로자의 세금해방일은 3월 27일. 1월 1일부터 3월 26일까지 소득은 전부 세금이고, 27일부터의 소득이 근로자 몫이다.
독일도 매년 '납세자 기념 일시'를 발표한다. 독일납세자연맹 산하 칼 브로이어 연구소가 발표하는데 매년 7월 중순이 돼서야 세금에서 풀려난다. EU 28개국 중 세금해방일이 가장 늦은 나라는 벨기에와 프랑스, 오스트리아, 헝가리, 독일 등이다. 키프로스(3월 14일), 아일랜드(4월 24일), 몰타(4월 29일) 등은 일찍 세금에서 해방된다.
연말정산 마감을 앞두고 요즘 직장인들 손길이 바쁘다. 15일 시작된 국세청 연말정산 간소화 서비스 접속이 폭주하는 등 정산 전투가 한창이다. 발품을 얼마나 더 많이 파느냐에 따라 세금을 조금이라도 줄일 수 있어서다. EU 국가 중 조세부담률이 높은 벨기에, 프랑스 근로자는 급여의 60.25%와 56.61%를 세금으로 낸다. EU 평균 과세율은 45.06%. 소득 격차나 사회보장 수준 차이로 인해 비교가 어렵지만 우리 조세부담률 20.2%도 낮은 수준은 아니다. 그러니 정산을 통해 세금을 조금이라도 더 돌려받기 위해 머리를 싸맨다.
하지만 세금은 중요한 사회복지 재원이다. 독일 사회 부조금 안내 팸플릿에 '누구나 어려움에 빠질 수 있다. 주저하지 말고 국가에 도움을 청하라. 그것은 시민의 권리'라고 적혀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이 있다. 소득이 있을 때 세금 많이 내라는 것. 언젠가 우리도 사회복지 수준이 높아지고 누구나 국가 도움을 받아야 할 때를 생각해 보라. 세금은 그 밑거름이다. 편법을 동원해 세금 줄일 궁리보다는 정해진 만큼 내는 습관을 기르는 것도 시민의 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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