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선장 떠나는 대구 '당혹·담담'…혼돈은 없어

"간부에 혹독해도 직원엔 다정"

17일 김범일 대구시장의 갑작스러운 지방선거 불출마 발표를 놓고 대구시청 및 대구시 산하 기관 공무원들은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담담한 모습을 보였다. 사무실, 휴게실, 흡연실, 복도 등에서 김 시장의 불출마에 대한 아쉬움을 토로하는가 하면 불출마에 대한 각종 추측과 분석도 조심스레 나눴다.

대구시 한 공무원은 "출마할 것으로 태산같이 믿고 있었는데 아쉽고 실망스럽다. 선장을 잃은 것 같다"며 "신년 방향도 얘기하고 어제까지 늘 하던 대로 각종 현안을 열심히 챙기셨는데 갑자기 불출마를 선언하니 어안이 벙벙하다"며 안타까워했다. 한 간부는 "그동안 대구시의 부채를 갚느라 다른 사업도 제대로 못 해 욕 얻어먹어 가며 열심히 했다"며 "오랫동안 대구를 위해 앞장서 일했는데 그런 분이 그만둔다니 너무 허전하다"고 했다.

또 다른 간부는 "시장 후보 경선 분위기가 되면 출마를 안 한다고 했다가 최근에는 경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보였는데 갑작스럽게 불출마 선언을 하니 당황하게 된다"며 "간부들에게는 업무와 관련해 혹독할 정도로 독려했지만, 일반 직원들에게는 다정했다. 대구에서는 아까운 인물이다"고 했다.

불출마가 이미 예견됐던 만큼 크게 놀랄 것이 없다는 반응도 적잖았다. 시청 흡연실에서 몇몇 직원은 "불출마는 이미 예상됐던 거 아니냐"며 "다만, 불출마 발표 시기가 좋지 않은 것 같다. 설 쉬고 하는 게 나았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직원은 "새로운 시장을 맞아야 해 머리 아프게 됐다"며 새로운 시장을 맞을 걱정을 미리 하기도 했다.

김 시장의 불출마 선언으로 한동안 어수선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빨리 안정을 찾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불출마 얘기도 적잖게 나돌아 알게 모르게 마음의 준비도 됐고, 짐작도 할 수 있어 크게 흔들릴 것 같지 않다는 것. 다른 간부는 "갑작스럽게 불출마가 발표돼 당황하고 서운하기는 하지만 동요될 정도는 아니다"고 했고, 한 공무원은 "눈물을 흘려야 할지, 꽃다발을 드려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