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이 고쳐지기는 했지만 한국인의 술버릇은 여전히 고약하다. 1차로 간단하게 끝나는 법이 없다. 2차, 3차까지 완전히 곤드레만드레 취해 끝장을 보는 것을 사나이 대장부로 여긴다. 외국 사람들이 보면 알코올 중독자로 여길 정도다.
같은 종류의 술을 계속 마시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장소를 바꿔가며 마실 때마다 술의 종류도 달라진다. 처음에 식사하면서 간단하게 소주나 맥주 또는 와인을 걸치고 2차에 가서 본격적으로 양주나 백세주, 정종 등을 마시고 3차에 가서 입가심한다면서 또 들이켠다. 맥주를 소주나 양주에 섞어 마시는 폭탄주는 1, 2, 3차를 막론하고 빠지는 법이 없다.
이렇게 술을 섞어 마시고 나면 다음 날 숙취 때문에 일하는데 지장이 생긴다. 술을 섞어 마시거나 폭탄주를 마셔서 술이 잘 안 깬다고 생각한다. 그때마다 다음부터는 1차로 끝내고 술도 섞어 마시지 말아야지 다짐하지만 며칠만 지나면 그 고약한 한국적 술버릇은 여전히 반복된다.
그러나 폭탄주를 많이 마시거나 술을 섞어 마시면 빨리 취하고 잘 깨지 않고 숙취가 심하다는 것은 잘못된 생각이다. 술에 취하는 정도는 마시는 알코올 양에 의해 결정된다. 종류와 관계없이 알코올의 절대량을 마신 다음 날 숙취 정도를 결정한다.
물론 숙취는 술 마시는 사람의 신체조건, 알코올 분해 효소 정도, 간이나 위의 상태, 마시는 속도 등도 관계가 있지만 모든 것이 동일하다고 가정했을 때 숙취 정도는 알코올의 절대량에 의해 정해진다.
그러므로 숙취는 술을 섞어 마셔서 생기는 것이 아니고 1, 2, 3차를 거치는 동안 섭취되는 알코올의 양이 많아 생긴다. 술을 섞어 마시거나 폭탄주를 많이 마시면 그만큼 마시는 술의 양이 많아지고 섭취되는 알코올의 양도 많아져서 빨리 취하고 잘 깨지 않아 숙취가 심해져 다음 날 일을 하는 데 지장이 생기게 되는 것이다.
술을 분해해서 해독하는 작용은 간이 담당한다. 하루에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알코올의 정도는 사람에 따라 다르며, 알코올 분해 효소 정도에 따라 달라진다. 하루에 간이 처리할 수 있는 양 이상으로 알코올을 계속 섭취하면 지방간이나 알코올성 간염 등 간 질환이 생긴다. 술을 섞어 마시더라도 마시는 양을 줄여 천천히 적게 마시고, 매일 마시는 것을 삼가야 한다.
매일 마시는 것이 일주일에 한두 번 과음하는 것보다 더 나쁘다. 여러 술집을 전전하면서 여러 종류의 술을 섞어 마시는 것은 건강을 해칠 뿐 아니라 일상생활이나 일에도 지장을 준다.
밤늦게 끝장을 볼 때까지 폭탄주를 마시는 한국적 음주습관은 하루빨리 고쳐야 할 악습 중의 하나이다.
박대환 대구가톨릭대병원 성형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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