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논단] 중앙-지방 간 소통의 제도화

올해는 민선 5기 지방자치를 마감하고 민선 6기 지방자치를 시작하는 해이다. 1995년에 시작된 민선 지방자치가 성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중앙과 지방의 관계는 민선 초기와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아직까지도 상호 협력적이기보다는 갈등적이고 대립적인 관계를 보이고 있다. 지난 연말 경실련 갈등해소센터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한 대국민 설문조사에 의하면 중앙과 지방 간 갈등이 심각하다는 의견이 53.3%이고, 심각하지 않다는 의견은 5.2%에 불과하다.

지방자치 시대에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의 협력 없이 국정을 운영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까지와 같이 중앙정부 주도의 국정운영과 이로 인한 중앙-지방 간 갈등이 지속된다면, 국가 정책을 제대로 실행하기가 어렵다. 국가 정책이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중앙-지방 간 갈등을 사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가 정책을 둘러싼 갈등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정책이 결정되기 전에 중앙과 지방 간 소통을 강화하는 것이다. 중앙정부는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이나 법안을 결정하기 전에 지방자치단체와 사전에 충분한 소통을 하여야 한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정부 3.0의 핵심 중 하나도 소통이다. 그러나 지방자치단체가 중앙정부와 소통할 수 있는 실질적인 통로는 없는 실정이다.

현재 지방자치단체가 국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제도로는 지방자치단체 또는 그 연합체의 청원서 제출과 국회의 공청회 및 청문회 참석, 정부 각 부처의 법령 제'개정안에 대한 의견 제출 및 협의, 행정부시장'부지사회의, 지방의회의 의견 제출 등이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는 모두 임의적일 뿐만 아니라 비공식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정과정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서는 공식적인 참여가 이루어져야 한다.

지방자치단체가 국정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또 다른 통로는 전국시도지사협의회, 전국시도의회의장협의회, 전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전국시군자치구의회의장협의회 등 지방 4단체 협의회이다. 그러나 지방 4단체 협의회를 통한 국정 참여 역시 실질적인 참여라기보다는 단순히 정책 건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현재와 같이 안전행정부 장관을 통한 의견 제출은 구속력이 없으며, 수용 여부가 전적으로 중앙부처의 결정에 달려 있다. 결국 현재 운영되고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국정참여는 형식적인 참여에 불과하며, 그나마 중앙정부가 주도권을 가지고 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소통과 관련하여 제기되는 근본적인 문제는 쌍방적 상호관계 대신 일방적 권력구조가 지방자치법의 기본을 이루고 있다는 점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본질적으로 대등한 협력관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지방자치법은 중앙정부의 지방자치단체에 대한 입법적, 행정적, 사법적 관여를 보장하고 있다. 반면에 국정과정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참여는 보장되어 있지 않다.

따라서 중앙-지방 간 소통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실질적인 국정참여가 보장되는 제도를 마련하여야 한다. 일본에서 운영하고 있는 '국가와 지방 간 협의의 장'과 같은 제도를 법제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다.

일본에서는 총리 소속으로 주요 부처 장관과 지방자치단체 전국연합체 대표들이 참여하는 중앙-지방 간 소통의 장을 2010년에 마련하였다. 그리고 매년 4회 정기적으로 회의를 개최하여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에 대해 협의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소통을 위하여 대통령, 주요 부처 장관, 그리고 지방 4단체 협의회의 대표들로 구성되는 '중앙-지방 협의체'를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현재 관련 법률이 국회에 제출되어 있는 상태이나 심의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민선 6기 지방자치가 시작되기 전에 법률이 통과되기를 기대한다.

진정한 의미의 지방자치는 지방자치단체가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주체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성숙한 지방자치는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진정성 있는 소통이 있어야 가능하다. 

주재복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지방의정지원센터소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