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A형답게 많이 소심해요."
"강 씨라서 그런지 고집 있네."
"민씨 집안 여자들 드세다더니 그 말이 맞네."
사람들은 흔히 이런 말들을 하는데, 이 말들은 좋게 말하자면 자기의 관찰과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일종의 귀납적 추론의 결과이고, 냉정하게 말하자면 아무런 근거가 없는 선입견일 뿐이다.
귀납적 추론이라는 것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지금까지 이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방법은 상당히 과학적인 것처럼 보이지만, 엄밀하게 따져보면 아무런 근거가 없다.
철학자들은 지금까지 태양이 떴다 하더라도 '내일 태양이 뜨는지는 내일 가 봐야 안다'고까지 이야기를 한다. 그 정도의 엄밀함은 아니더라도 앞의 말들이 최소한 의미 있는 말이 되려면 통계적으로 A형인 사람이 소심하거나, 강 씨인 사람이 고집이 세거나, 민 씨인 여자가 드셀 확률이 모두가 인정할 만큼의 차이가 나야 한다. 그런데 그 말들은 통계적으로 증명된 것도 없고, 판단의 근거도 매우 자의적이다.
이렇게 과학적인 근거는 전혀 없지만 세간에 내려오는 설이나 견해를 '속설'(俗說)이라고 한다. 물론 속설 중에도 과학적 근거가 뒷받침되어 '사실'이나 '정설'(定說)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막연한 미신이나 인상에 의해 형성된 것들이다. A형이 소심하다는 것은 일본의 한 작가가 자기 주변의 몇 명을 관찰해서 만든 이야기다. 강 씨가 고집이 세다는 것은 이름에서 느껴지는 인상 때문이다. 민 씨 여자가 드세다는 것은 민 씨였던 원경왕후, 인현왕후, 명성왕후가 왕과 대등한 세력을 가졌던 역사적 사실 때문이다. 그런데 세상 사람들은 모두 약간의 소심한 면이 있으며, 다 자기 나름의 고집이 있다. 그리고 요즘 여자들은 드세지 않은 경우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런 것을 생각하지 않으면 속설들 모두가 맞는 것처럼 느껴지게 된다.
말띠 여자는 드세고 팔자가 사납다는 속설 때문에 말띠 해에는 예년에 비해 출생률이 줄어들고, 특히 여아의 출생률이 더 내려간다는 통계가 있다. 말띠 여자에 대한 속설이 사실이라면 말띠가 중2가 되는 여학교 교실은 통제 불능일 것이다. 그렇지만 그런 일은 없을 것이다. 말띠 여자들은 적은 인원이 더 좋은 환경에서 공부를 하고, 더 많은 남자들로부터 사랑을 받기 때문에 다른 띠들보다 행복하게 성장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진짜 인과관계이고, 속설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무식해 보인다는 것이 정설이다.
능인고교사 chamtc@naver.com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이재명, '선거법 2심' 재판부에 또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