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 찜질방 스마트폰 절도 단속 현장

손에 안 쥔 휴대전화는 표적 0순위

찜질방 등에서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스마트폰은 유심칩만 바꾸면 다른 사람이 사용할 수 있는데다 중고 가격이 수십만원을 호가해 범행의 표적이 되고 있다.

대구 남부경찰서는 찜질방 휴대전화 절도범들이 활개치자 18일 현장 검거에 나섰다. 찜질방 이용객이 자는 시간에 범행이 주로 일어나는 것을 고려해 남부서 소속 형사1팀 4명이 새벽 잠복 수사를 했다. 이번 수사에 본지 기자가 동행했다.

◆머리맡에 놔둔 스마트폰 '표적'

이날 오전 2시 남구의 한 찜질방. 이 찜질방은 이달 들어 5차례 정도 스마트폰 절도 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찜질방 측에 수사 협조를 요청해 둔 상황. 형사들은 옷을 갈아입고 찜질방으로 들어갔다. 찜질방에 있던 120여 명의 이용객은 대부분 잠들어 있었으며 일부는 얘기를 나누거나 TV를 보고 있었다.

홀이나 수면실에 누워 있는 이용객 가운데 10여 명은 스마트폰을 충전 중이거나 머리맡에 두고 잠들어 있었다. 이들 중 몇몇은 스마트폰을 손에 쥐고 있지 않아 절도범의 표적이 되기에 충분해 보였다.

형사들은 1시간 정도 흩어져 찜질방 곳곳을 살폈다. 범행이 일어날 만한 곳을 찾고 나서 각자 적당한 곳에 자리를 잡았다. 한 형사는 침구 대여 직원을 만나 조용히 탐문을 시작했다. 직원 도모(70'여) 씨는 "많을 때는 하루에 스마트폰 5대가 사라진 적도 있다"고 했다. 또 "어느 날은 검은 가방을 찜질방에 갖고 온 중년 남성이 있었다. 그날 밤 한 여자손님의 스마트폰이 사라져 남자친구가 바로 전화를 걸었다. 그러다가 중년 남성의 가방 속에서 알림 램프가 깜빡이는 걸 보고 추궁을 해서 스마트폰을 돌려받고 신고를 한 적도 있었다"고 했다. 업무의 특성상 많은 손님을 살펴본다는 도 씨는 "그때처럼 미심쩍은 사람이 있으면 찜질방 사장에게 알려준 뒤 유심히 살펴본다"고 했다.

하지만 절도범을 잡기는 쉽지 않다. 절도범이 자신의 것처럼 남의 스마트폰을 들고 갈 수도 있고, 아침에 잠에서 깬 손님들이 스마트폰을 찾을 때엔 절도범이 이미 떠난 후이기 때문이다. CCTV가 제 기능을 하느냐는 질문에 도 씨는 "화면 속 모습이 어두워서 얼굴은 잘 보이지 않고 머리 스타일 정도만 구분이 된다"고 했다. 그는 "경찰관이 순찰을 하고 가면 그날은 범행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수상쩍은 20대 남성 '포착'

오전 3시쯤 남탕 탈의실에 있던 한 형사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다. 이달 4일 일어난 절도사건 당시 CCTV에 찍힌 인물과 머리 스타일이 비슷한 20대 초반의 남성을 발견한 것이다. 그는 옷을 갈아입지 않은 채 5분 정도 서성이고 있었다. 형사는 찜질방으로 가서 동료 형사 한 명을 불러낸 다음 20대 남성을 유심히 지켜봤다.

그 남성은 눈치를 살피다 갑자기 밖으로 나가려 했다. 형사는 그를 불러세웠고 다른 형사는 찜질방에 있던 동료를 불렀다.

형사들은 남성에게 신분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최근 발생한 절도사건을 수사 중이니 협조 부탁합니다. 1월 4일 토요일 새벽에 어디에 계셨습니까?" 형사들은 그 남성에게 찜질방에는 처음 왔는지, 직업은 무엇이고, 직장은 어디에 있는지 등을 꼼꼼히 물었다.

그러는 사이 찜질방 사장은 범행이 발생한 4일 찜질방 CCTV에 찍힌 용의자의 사진을 가져왔다. 그제야 남성은 "나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그 시간이면 대형마트에서 연장 근무를 마치고 집으로 갈 무렵"이라고 했다. 그 남성은 "필요하다면 마트 보안팀에 출퇴근 모습이 찍힌 CCTV 화면을 요청해 보여주겠다"고 했다. 형사들은 일단 남성의 신분증을 확인한 뒤 사건 용의자와의 대조를 위해 그 남성의 얼굴 사진을 여러 각도에서 촬영한 다음 남성을 찜질방에 들여보냈다.

이날 오전 6시까지 형사들은 찜질방 곳곳을 돌아다녔지만 절도사건은 일어나지 않았다. 이용객들이 하나 둘 잠에서 깨면서 잠복 수사도 끝이 났다. 형사들은 절도범을 잡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지만 수상쩍은 남성의 신분을 확보했다는 점을 위안으로 삼았다.

백승무 경위는 "스마트폰 도난을 방지하려면 무엇보다 소유자의 주의가 필요하다. 중고 스마트폰 한 대는 수십만원을 호가해 이를 노리는 10, 20대 절도범이 많다"고 했다. 또 "깊이 잠든 사람 옆에 누워서 손을 툭툭 건드리거나 평상복을 입고 찜질방에 들어가는 경우,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한참을 서성이는 사람이 보인다면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범행이 피해자가 잠든 동안 발생하는 만큼 깨어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목격자 역할을 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백 경위는 "잘 때 스마트폰을 몸에서 떼어 놓아서는 안 된다"며 "주머니에 넣고 자든지 액세서리 등을 이용해 손목에 묶어 두는 것이 안전하다"고 했다.

경찰은 찜질방 측이 스마트폰을 넣을 수 있는 주머니를 제작해 손님에게 대여해 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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