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무명칼럼] 왼새끼 농구 쇼, 정치권 애국쇼

기쁨조를 붙였나? 한물간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먼이 뻔질나게 북한을 들락거리며 방북 농구 쇼를 펼쳤다. 그러면서 북한은 왼새끼를 꼬았다. 미국의 외교 전문매체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일반인들이 로드먼의 북행(北行) 농구 경기에 관심을 쏟는 동안 북한은 핵무기 단지를 현대화시켰다. 2년 전 시작한 영변 핵시설에 대한 현대화 공사로 5㎿급 원자로 재가동과 우라늄 농축 시설 용량 확대에 성공했다. 함북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에는 새 터널 3개도 뚫고 있다. 인공위성이 이를 또렷하게 잡았다.

고모부 장성택을 엽기 처형하고, 당'정'청'군에서 장성택계 지우기에 한창인 김정은의 북한은 미국 CIA조차 정보 접근이 어려운 '하드 타깃' 국가이다. 게다가 3대 세습한 김정은은 '위험'예측 불가'과대망상증' 3가지 특성을 지녔다고 알려지고 있다, CIA가 스위스 유학 동창들을 면담하여 결론 내린 캐릭터이다. 그런데도 김정은은 연초부터 '상호 비방 중단'이나 '한미 합동 군사훈련 중단'과 같은 위장 평화를 제안하고 있다. 북한은 조용할 때 더 위험하다. 6'25 때 은밀하게 그리고 참혹하게 당했다.

김일성은 1948년 9월 조선인민공화국을 세운 뒤, 하나의 나라를 단일 주권으로 완전하게 통일하는 '국토 완정(完整)'을 주장하며 북한군 전력 증강에 박차를 가했다. 전쟁을 준비한 것이다. 1950년 4월 10일에는 스탈린으로부터 남침을 허락받았다. 국군은 북한군 공격의 촉을 느끼지 못했다. 북한군이 38선으로 집결하는 등 계속 이상 징후를 보여도 전쟁 발발 하루 전인 6월 24일 비상경계령을 해제하였다. 병사의 3분의 1은 휴가와 외출을 떠났다. 전후방 지휘관들은 24일 열린 서울 육군회관 낙성식에 모여 새벽까지 술을 펐다. 국군 지휘부는 술이 덜 깨 몽롱한 상태로 남침을 당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또 도발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입을 모은다. 존스 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 조엘 위트 연구원은 북한이 서해에 6개 로켓 발사장을 올봄에 마무리 짓고, 여름쯤이면 이동식 미사일 시험 발사도 가능해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1t 미만으로 경량화된 핵탄두를 사거리 1천㎞의 노동미사일에 실어 무수단리에서 쏘아버리면 서울 한복판에 675초(11분 15초) 만에 떨어진다. 국군이 요격할 수 있는 시간은 팩(PAC) 3의 경우 단 1초밖에 안 된다. 아무리 미군이 김정은의 오판을 막기 위해 태평양함대에 핵 항공모함 시어도어 루스벨트함까지 보내도 방어할 시간적 여유가 너무 없다. 그런데도 우리 정치권은 올해 국방 예산을 1천억이나 깎았다. 핵미사일이 날아올 때 40~150㎞ 구간에서 45초간 요격할 수 있는 타드(THAAD)나 70~500㎞ 구간에서 288초간 요격할 수 있는 에스엠쓰리(SM3)가 긴급하게 필요한데도 말이다.

민주당이 최근 애국, 안보 모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취임한 민주당 김한길 대표는 지난 1월 17일 연평도를 방문, 안보 수호 의지를 다졌다. 전병헌 원내대표를 비롯, 민주당 최고위원들 그리고 국회 국방위 소속 의원들과 함께 연평도를 찾은 김한길 대표는 그날 시계(視界) 불량으로 예정된 헬리콥터가 못 뜨자 1시간 30분 공기부양정을 타고 연평도에 들어갔다. 북한을 불과 1.5km 거리에서 마주하고 있는 연평도 전망대에서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보고, 연평해전 전사자를 찾아 헌화도 했다. 여기에 김 대표는 2014 신년 기자회견에서 참전 용사 등에 대한 예우 강화를 위한 애국자법도 만든다고 했다. 만시지탄이지만 반드시 이른 시기에 애국자법이 제대로 만들어져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과 보상이나 예우 상 차별을 받지 않기를 바란다.

민주당은 지난 대선에서 야권 집권 시 국가안보를 우려한 중도우파, 5060 이상 중노년층의 마음을 잡지 못해 정권 교체에 실패했다. 재보선에도 잇따라 실패하고 난 뒤, 이제야 안보 없이는 중도우파를 잡기도, 지지층의 외연을 넓히기도 어렵다는 것을 깨친 모양이다. 그래서 뒤늦었지만 연평도도 찾고, 애국자법도 발의한 모양이다. 진정 표를 위한 행보가 아니라,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연평도해전 희생자들과 6.25 참전자와 그 유족·후손에 대한 깊은 사랑에서 우러나온 발걸음이길 기대한다.

그동안 5.18과 연결된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은 최고 2억 6천만 원의 보상과 자녀 대학 수업료 면제, 공무원 시험 가산점(최고 10%)과 같은 대우를 받고 있다. 그러나 베트남참전용사나 6'25 전사자 유족에 대한 국가의 지원은 미흡하기 짝이 없다. 언젠가 6.25 전사자 유가족이 낸 보상금 지급 요청에 대해서 국가보훈처는 사망보상금을 5천 원이라고 결론 내린 적이 있다. 나라를 위해 목숨바친 애국영령들이 땅을 치고 통곡할 노릇이다. 누란의 위기에 처한 조국을 구하려고 뛰어든 애국자의 후손이 5.18 민주화 운동 희생자보다 차별을 받아서는 안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가 발의한 애국자법은 이런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으리라 믿어본다. 애국자나 그 유가족에 대한 홀대를 고치려는 진정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정치권의 애국법 행보는 표를 얻기 위한 애국쇼나 마찬가지다.

최미화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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