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는 학교 숙제를 해 가지 않은 적이 많아요. 챙겨가야 할 물건도 곧잘 잊어버리고 가요. 집에서도 시키는 일을 제대로 한 적이 거의 없어요. 아이의 뒤치다꺼리는 항상 엄마 몫이에요. 앞으로 어떻게 자랄지 걱정이에요." 천방지축으로 행동하는 아이 엄마의 하소연이다. 부모의 마음은 똑같다. 책임감 있는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는 부모가 어디 있으랴.
책임감이란 맡은 일을 스스로 하는 마음, 자기의 행동에 대해 책임지는 마음을 의미한다. 책임감은 하루 이틀 만에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책임감을 키우기 위해선 먼저 아이가 맡은 일을 스스로 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요즘 자기 방 정리하고 청소하는 아이들이 얼마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가능한 한 아이가 자기 힘으로 방 정리하게 하고, 어떤 옷을 입을지 선택하게 하며, 학교 갈 때 혼자 가방 챙기게 하는 것 등이 책임감 형성에 도움이 된다.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혹은 잘 하지 못한다고 부모가 대신 해 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숙제를 어둔하게 한다고 부모가 해 준다거나, 아이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부모가 결정한 학원에 보낸다거나, 아이 방을 부모 마음대로 정리해 놓는다든가 하는 것은 아이의 책임감을 키우는데 걸림돌이 된다. 아이의 선택을 존중하는 부모의 태도가 중요하다. 특별한 문제가 없다면 부모는 아이의 결정을 인정해 주는 것이 좋다. 그래야 아이 자신이 선택한 결과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게 되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더라도 아이는 그것을 받아드리게 된다.
부모의 눈높이로 아이를 보면 마음에 들지 않은 부분이 많을 것이다. 아이를 사랑한다는 명분으로 아이의 행동에 못마땅해 하고 다그칠 때가 있을 것이다. 특히 또래 아이들에 비해 자기 아이의 행동이 부족한 것 같이 느껴질 때 부모는 속이 상한다. 오래 전 내 아이가 초등학교 시절 숙제를 두고 등교한 때가 가끔 있었다. 챙겨가지 않은 숙제를 보았을 땐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어떤 때는 학교로 갖다 주기도 했고, 아이가 미워 '선생님께 혼나 봐라'하는 생각으로 그대로 둔 적도 있었다. 지나고 보니 애가 불이익을 당하더라도 가져다 주지 않은 편이 더 나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책임감은 대체로 6~12세 전후에 형성되기 시작한다. 시간에 맞추어 학교가기, 제때 숙제하기, 준비물 챙기기, 정해진 시간에 식사하기 등 기본적 생활습관을 잘 지키게 하면 책임의식이 높아진다.
이러한 책임감 기르는 연습과 함께 생각해야 할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부모의 행동이다. 평소 부모의 행동이 아이의 책임감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 아이에게 아무리 책임감을 강조해도 부모가 그렇지 못할 때는 별 효과가 없다. 부모가 책임져야 할 문제가 생겼는데 남 탓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아이와 한 약속을 잘 지키지 않으면 아이의 책임의식은 낮아지게 된다.
책임감 형성을 위해선 아이가 맡은 일을 스스로 하게 하는 연습이 필요하다.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부모의 책임있는 행동이다. 아이의 책임감을 기르기 위해 부모의 책임감 높이는 연습을 하면 어떨까?
성장환(대구교대 윤리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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