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초 정당공천 폐지 위헌 주장, 野·헌법학자 "사실 왜곡"

여야가 대선 공약 철회 논란을 빚고 있는 기초선거 정당공천제 폐지 문제를 두고 이번엔 '헌법 싸움'으로 불이 옮아붙고 있다.

새누리당이 22일 열릴 의원총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유지로 당론을 확정지을 것이 유력한 가운데, 그 이유로 '정당공천제 폐지의 위헌성'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정치개혁특위 소속 장윤석 새누리당 국회의원(영주)은 21일 "지난번 헌법재판소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금지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린 만큼 좀 더 나은 개선방안을 찾는 것이 사리에 맞는 행동"이라면서 "개선방안은 찾지 않고 무작정 폐지하자는 것은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태우는 일"이라고 말했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군위의성청송)도 "지난 헌재가 광역단체와 기초단체를 차별해서 기초단체에 대해서만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평등권 위배라며 위헌이라고 명백하게 규정했다"고 강조했다.

민주당과 정당공천폐지시민행동은 21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기초선거 정당공천 폐지 위헌 여부에 관한 헌법학자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위헌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지난 헌재가 정당공천 폐지를 위헌으로 판단한 적이 없고, 정당공천 폐지는 지역정당이 불법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지역 차원의 정치를 회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임을 주장한 것이다.

인하대 이기우 교수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헌법재판소가 정당공천 폐지를 위헌으로 판단했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은 허위사실"이라면서 "헌재가 정당공천 배제 위헌과 밀접한 관계가 없다고 밝힌 정당표방 금지의 위헌결정을 인용해 정당공천 폐지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논거로 삼는 것 자체가 심각한 사실왜곡"이라고 주장했다.

한동대 이국운 교수는 "정당공천 폐지가 과잉금지 원칙과 평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는다"라고 했고, 아주대 오동석 교수도 "헌재는 정당의 지지 등을 표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기 때문이라는 근거를 제시했을 뿐, 정당 공천의 문제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들 헌법학자들은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이 헌재의 위헌 판단 범위를 자의적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헌법적 책무에 충실하지 못하는 것"이라며, "위헌 소지를 정당공천 폐지 반대 이유로 삼는 것은 비정상적이고 무책임한 행태"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주호영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은 "헌재 위헌 판결 당시 주재판관이었던 송인준 변호사에 따르면 당시엔 정당표방 금지에 관한 위헌 심판이어서 판결문에 이 부분만 명시할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면서 "그때도 정당공천과 관련해 헌법재판관 9명의 의견을 구했는데, 6명이 위헌 소지가 지극히 많다는 의견 일치를 봤었다"라고 반박했다. 또 "기초선거에만 정당공천 폐지를 하는 부분도 평등권 원칙에 위배된다는 것이 헌법학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라고도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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