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고창과 부안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병하자 시민들이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보건당국은 AI에 감염된 오리나 닭이라도 익혀 먹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진화에 나섰지만 시민들의 불안을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택시기사 류종회(58) 씨는 "지난해 동갑 친구들과 계모임 장소를 잡을 때 일본 방사능 파동 때문에 횟집은 아예 가지 말자는 분위기였다"며 "오리고깃집을 자주 가는데 이번에 AI가 터지면서 한동안 다른 음식을 먹을 것 같다"고 했다. 직장인 김민지(26'여) 씨도 "당분간 닭과 오리고기는 불안해서 안 먹겠다. 설 차례상에 닭고기를 올리는데 먹어야 할지 걱정이다"고 했다.
한국인의 입맛은 뉴스에 민감하다. 먹거리 관련 파동에 대한 시민들의 불안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 구제역이나 광우병, 일본 방사능 등 먹거리 관련 파동이 터질 때마다 막연한 불안감이 퍼졌다. 심지어 인터넷, SNS를 통해 괴담까지 확산되면서 공포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먹거리 관련 파동이 일어날 때마다 농어민은 물론 관련 외식업계가 막대한 피해를 보고 있다.
대구 중구 공평동에서 닭갈비식당을 운영하는 이모(52) 씨는 조류인플루엔자 발병 소식에 한숨부터 나온다. 이 씨는 "동성로 음식점들은 유동인구가 많아 대체로 장사가 되는 편인데 2008년 당시 AI 파동을 겪었을 때 우리 식당을 비롯해 닭 관련 음식점만 죽을 쒔다"며 "이번에도 비슷한 상황이 재현될까 걱정이 태산이다"고 했다. 이어 이 씨는 "일본 방사능 파동 때는 횟집이, 구제역 파동 때는 고깃집 매출이 급감했다는 뉴스를 봤다"며 "먹거리 관련 파동이 생길 때마다 관련 음식점만 피해를 본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후반 불경기에다 일본 방사능 파동이 불어닥치면서 대구의 횟집과 일식당들은 한마디로 휘청했다. 상당수 일식당이 30~40%의 매출 급감을 경험했고 폐업하는 곳도 적잖았다. 대구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중순 기준 대구에 있는 횟집 1천100곳 가운데 폐업은 60곳, 업종전환은 13곳에 이르렀다. 특히 횟집 기피 현상으로 수성구의 내로라 하는 대형 횟집이 잇따라 고깃집이나 복어요릿집으로 업종 전환을 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현상에 대해 소비자들이 보건당국을 믿지 못하는 불신이 깔려 있다고 지적했다. 먹거리 관련 파동이 있을 때마다 보건당국의 발표나 대응을 신뢰하지 못하다 보니 시민들이 스스로 보호하려는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영남대 김명희 교수(식품공학과)는 "먹거리에 대한 우리나라 국민의 지식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며 "먹거리 불안에 대한 보건당국의 사후 관리나 대응이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시민들의 눈높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또 "먹거리 문제와 관련해 보건당국이 투명하면서 철저한 관리를 해야 이런 불안이 해소될 수 있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