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어디든, 어디도 아닌 시공간 제여란 추상화전

제여란 작
제여란 작 '우스쿠암 누스쿠암' 시리즈

회화의 틀을 깬 과감한 작업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추상화가 제여란 개인전이 다음 달 5일까지 스페이스K 대구에서 열린다.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을 졸업한 뒤 비구상 회화 작업에 몰두해 온 작가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는 이번 전시의 부제는 '우스쿠암 누스쿠암(Usquam Nusquam)'이다.

'우스쿠암 누스쿠암'은 '어디든, 어디도 아닌'이라는 뜻을 가진 라틴어로 과거와 미래의 시공간을 생성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작가의 세계관을 함축하고 있다. 작가는 물감이 마르기 전에 다른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쌓아 올리는 행위를 통해 시간을 퇴적시킨 작품 '우스쿠암 누스쿠암' 시리즈를 통해 시간의 경과와 그에 따른 변화를 시각적으로 담아내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특히 신체를 이용해 자신의 에너지를 거대한 캔버스에 표출하는 기법은 작가가 일관되게 유지해 온 특징 중 하나다. 물감 덩어리를 실크스크린용 스퀴즈로 펴 바르기 시작한 1992년부터 시작된 이 같은 실험은 붓과 같은 일반적인 회화 도구를 사용하는 보편적인 방법에서 벗어나 신체의 전체적인 움직임을 통해 캔버스와 대면하는 작업 방식으로 자리 잡게 됐다.

예술 장르 간 경계가 무너지면서 회화의 순수성이라는 개념이 무색해진 오늘날, 시공간의 흔적을 담고 있는 제여란의 작품은 회화의 매체적 속성을 보여주는 동시에 전시 부제처럼 어디도 아닌 시공간의 세계로 관람객들을 이끈다. 053)766-9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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