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매일춘추] 테너에 대한 오해와 진실

나는 테너다. 남성 성악가 중에서 가장 높은 음역을 노래하는 테너. 테너라고 밝히면 사람들은 고음이 나지 않아 노래를 못한다고 여기고 고음 잘 내는 법을 나에게 물어온다. 그때마다 내가 알려주는 답은 정해져 있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음역대가 성대의 길이나 신체 구조에 의해서 정해져 있으며 고음을 잘 내는 사람은 저음이 나지 않으며 매력적인 저음을 낼 수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고음이 약할 수밖에 없다'고 말이다. 테너라면, 또 다른 편견과도 마주해야 한다. '까탈스럽다, 예민하다, 목이 굵다, 그리고 또 하나 키가 작다.' 이런 의문들은 과연 오해일까? 사실일까?

지난해 공연을 기다리다가 친한 후배 소프라노로부터 "오빠는 장신(長身) 테너예요"란 얘기를 들었다. 사실 내 키는 176㎝가 조금 넘는데, 아버지가 178㎝였고 남동생이 182㎝이다 보니 그다지 장신이란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베이스에 비해 평균적으로 테너들의 키가 작은 것은 확실한 듯하다. 심지어 목이 짧고 굵은 것도 테너들의 유사한 신체 조건이었다. 테너들의 체형은 사실 어느 정도 근거가 있는데 현악기를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고음역을 내는 바이올린이 저음역을 내는 콘트라베이스에 비해서 악기 크기가 작고, 현의 길이도 짧고 팽팽하다. 이것이 고음을 낼 수 있는 구조인 것이다. 현악기의 현을 성악가의 성대 길이에 비유하면, 성대 길이가 바이올린처럼 짧으면 테너, 콘트라베이스처럼 길면 베이스에 가깝다는 사실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실제 조사 결과 남성의 성대 길이를 대략 1.7~2.4㎝ 정도로 볼 때 테너는 1.7㎝로 가장 짧은 편에 속한다고 한다. 이런 원리를 이해하면, 테너의 작은 키와 짧은 목도 어느 정도 이해되리라 본다.

또 하나, 테너는 '바람둥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는 역할에서 비롯된, 그야말로 오해다. 오페라에서 테너의 역할은 주로 젊은 귀족, 바람둥이 백작, 청년일 경우가 많고, 주역 소프라노의 기쁨과 슬픔의 열쇠를 쥔 경우가 흔하다. 그러하니 오페라에 몰입한 사람들에게 테너는 늘 공공의 적이다. 게다가 바리톤이나 베이스에 비해 얇고 가벼운 목소리는 사람도 가벼울 것이라는 선입견을 심어 주는 듯하다. 테너는 바람둥이가 아니다. 더 정확히는 무대 위 바람둥이라도 현실 속 테너는 그러하지 않다.

테너를 바라보는 시선들이 조금 더 따뜻해지길 조금이나마 기대한다. 키가 다소 작고, 목이 짧은 것은 테너로서 가진 귀한 능력이라는 것과 무대 위 테너가 바람둥이처럼 보일 때는 최고의 연기와 노래를 한 것이라고 말이다.

신현욱 테너'대구성악가협회 사무차장 tendre92@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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