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수시 중심인데…정시만 챙기는 대구

대구지역 고교 대입전략 재점검 목소리 커져

'아직도 정시 타령입니까?'

대구 고교들의 올해 대학 진학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여전히 수능시험 공부를 위주로 한 정시모집 대비에만 관심을 쏟는가 하면 수시모집, 특히 학생부 종합 전형은 외면하는 경우가 적지 않는 등 대입 제도 변화의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어서다. 이에 따라 각 고교가 체계적인 수시 대비 전략을 운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리는 수능 공부만'

대구 고교 가운데 여전히 '수능 학습' 위주의 대입 전략에 얽매여 있는 곳이 적지 않다. 지난해 하반기 일부 입시 관련 업체와 언론들은 2015학년도 대입에서 정시모집이 대폭 늘어날 것처럼 진단했지만 실제 수시모집 비율은 64.2%로 전년 대비 2.0%포인트 감소하는데 그쳤다. 여전히 수시 비중이 더 큰 셈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정시 대비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지역 고교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다. 수성구 A고 교사는 "딴 짓하지 말고 EBS 교재를 열심히 보는 등 수능 공부만 착실히 하면 된다"고 당당히 말했다.

이 같은 현실 인식은 대입 수시모집 실적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각 고교가 중복 인원을 제외한 대학별 합격자 현황을 정확히 공개하지 않아 고교별'지역별 진학 실적을 객관적으로 확인 가능한 것은 서울대 합격자 숫자 정도다. 매일신문이 새누리당 서상기 국회의원실을 통해 입수한 '2014학년도 서울대 수시모집 최초 합격자 현황'에 따르면 대구 경우 118명이 최초 합격자 명단에 이름을 올려 17개 시'도 가운데 6위를 기록했다. 대도시 중에서는 서울, 부산, 인천에 이어 4위다.(표 참조)

하지만 이는 전국 단위로 신입생을 모집하는 영재학교(대구과학고) 출신 합격자 34명을 포함한 덕분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대구 출신 합격자는 84명으로 광주, 대전(87명)과 강원(80명) 사이에 끼는 수준이다. 광주, 대전은 아직 영재학교 졸업생이 배출되지 않은 곳이고 강원은 영재학교가 없다. 대구과학고 출신 합격자 34명 중 대구에서 중학교를 졸업한 학생은 4명에 불과하다.

수성구 B고 교사는 "물론 서울대 합격자 수가 진학 실적의 절대적 기준이 될 순 없지만 서울대 진학을 노리는 최상위권 학생을 더욱 잘 챙기는 각 고교의 현실을 고려할 때 이 숫자는 상징적 의미를 갖기에 충분하다"며 "현실을 외면했으니 저조한 실적도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라고 했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수성구 C고 1학년 아들을 둔 D씨는 답답한 마음을 감출 수 없다. C고가 신경 쓰는 것이라곤 수능 성적뿐이기 때문이다. C고의 상황을 확인해 보니 진로에 맞춰 수준별로 개설된 강좌, 토론과 탐구 등 다양한 동아리 활동 등은 먼 나라 얘기다.

"고교 현실을 잘 압니다. 제 자신이 고교 교사거든요. 그래서 C고의 무성의함에 더욱 화가 나요. 할 수 없어서가 아니라 번거로워서 안 하는 것입니다. 방과 후에 외부 강사까지 동원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교들도 있는데 C고는 수능 준비 수업과 야간 자습 외에 아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해주고 있습니까."

서울 주요 상위권 대학들은 물론 대구 고교 교사 사이에서도 더 이상 수시 대비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시가 대세인 흐름이 앞으로도 바뀌지 않는다는 게 서울대 등 주요 대학 측의 분명한 입장이다. 대구 고교 중에서 아직도 정시에 더 신경 써야 한다는 곳이 있는 상황과 대조적이다. 서울대 측은 고급물리, 고급수학, 비교문화, 국제경제 등 특목고 전문교과 수준의 심화과목을 이수하거나 과제연구(R&E)를 통한 소논문 쓰기 등이 수시에서 좋은 평가를 얻을 수 있다고 했다.

서울대 진동섭 입학사정관은 "수능 준비만 열심히 한 학생이 수시에서 합격하길 바라는 건 무리 아니냐"며 "우리는 지적 호기심을 충족하려는 노력을 중요하게 여기는데 R&E, 심화과목 이수 등은 그 노력을 보여주는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성균관대 김건영 선임 입학사정관은 "각 고교가 재학생들에게 어떤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성과는 어떠했는지 밝히는 학교 소개 자료를 꼼꼼히 챙기는 게 좋다"며 "각 대학이 어떤 학생들을 선발하는지 결과를 모아 분석하는 노력도 게을리해선 안 될 것"이라고 했다.

각 고교가 대학 측에 제출하는 자료가 사실에 근거한 것이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달서구 E고 교사는 "대구 고교 중 학교 소개서나 학생부 등에 심화과목 수업을 한다고 적고는 수능 문제 풀이를 하는 등 서류상의 교육과정과 다른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곳이 적지 않다는 건 공공연한 비밀"이라며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한 각 대학이 대구 고교들의 자료 자체를 믿지 않는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비판했다.

서울대 관계자도 "면접, 학생부와 학교 소개서 대조 등으로 사실 여부를 충분히 확인할 수 있으니 거짓말은 통하지 않는다"며 "허위로 자료를 만들다 적발된 고교는 다음 입시에서도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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