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부세

조기에 비해 맛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흔히 싸구려 취급받는 대표적인 물고기가 부세다. 하지만 부세는 '짝퉁 조기'가 아니라 실제 조기의 한 종류다. 조기나 부세 모두 농어목 민어과에 속하며 민어의 사촌들인데 참조기를 비롯해 보구치(백조기)와 흑조기, 수조기(고이치), 부세, 황강달이, 눈강달이, 민태, 민어, 꼬마민어 등이 있다. 조금씩 모양이 차이가 나지만 전문가가 아니고서는 단박에 구분하기 힘들 정도로 서로 닮았다.

부세(Fusei)는 일본 명칭으로 영어로는 '라지 옐로우 크로커'(Large Yellow croaker)다. 입술이 불그스름한 참조기(Redlip Yellow croaker)보다 크기가 더 커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 서'남해와 동'남중국해에서 서식하는데 국립수산진흥원의 '한국연근해 유용어류도감'에 따르면 부세는 겨울철 제주도 남부 해역에서 월동한다.

낚시꾼들의 말을 빌리면 조기와 부세의 구별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성체를 비교하면 부세가 훨씬 크고, 입 모양에서도 차이가 난다. 조기의 입은 약간 굴곡진 데 비해 부세는 둥그스름하다. 가장 두드러진 차이는 머리에서 꼬리로 이어지는 몸 옆줄이 부세는 한 줄, 참조기는 두 줄로 보인다는 점이다. 등지느러미가 두어 개 더 많은 것으로 참조기를 구별하기도 한다.

부세가 요즘 상종가다. 추자도에서 잡혀 제주 경매에 부쳐진 60㎝짜리 부세가 마리당 80만 원 넘게 팔렸다. 우리의 음력설에 해당하는 중국 춘제(春節) 때 부세를 먹으면 복이 온다는 속설 때문에 중국인들이 앞다퉈 부세를 찾으면서 참조기도 부럽잖다. 겨울철 알이 꽉 찬 배 부위가 황금빛이 도는 부세는 금을 상징한다고 해서 귀하게 대접받는데 누런 빛깔이 더 짙을수록 값도 올라간다.

중국'일본에서 부세는 미각적으로 참조기와 대등하거나 그 이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무늬만 조기'로 하찮게 여겨 신세가 말이 아니었다. 때를 만나 진가를 발휘하니 어생(魚生) 역전인 셈이다. 굽은 소나무가 선산 지킨다고 값비싼 민어나 조기 대신에 설 차례상에 오르는 부세를 맛없다고 더 이상 타박할 일은 아닐 성싶다.

서종철 논설위원 kyo425@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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