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산사랑 산사람]용암처럼 솟아오른 화순 용암산

정상 가까울수록 기암괴봉…하산길 솔숲은 아기자기한 풍경 선물

전남 화순 용암산(546.9m)은 유순한 산세에 용암이 분출해 솟아오른 산이다. 화순의 남부 한천면'춘양면'이양면의 경계에 자리 잡고 있다. 용암산의 특징은 정상으로 오를수록 날카롭고 거칠어 하늘을 찌를 듯 솟아난 바위봉우리다. 우측인 서편은 거대한 낭떠러지로 형성되어 있다. 예전에는 산 위에 있던 샘에서 하늘로 올라가려던 금자라가 나왔다고 금오산(金鰲山)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는 금자라가 아닌 쇠처럼 생긴 바위벼랑이 있는 모습을 보고 금오산이라 불렸을 가능성이 크다. 산세가 그만큼 험준했다는 뜻이다. 용암산(聳巖山)의 이름은 흔히 쓰는 용 용(龍)자가 아닌 솟을 용(聳)자를 쓴다. '높이 우뚝 솟았다'는 의미다.

등산의 기점은 화순군 한천면에 있는 용암사 입구. 광주에서 화순을 지나 29번 국도를 타고 보성'벌교 방면으로 가다 보면 능주'한천 근처에서 왼편 11시 방향으로 하늘로 솟은 산이 보인다. 한천면과 용암산 이정표가 보이면서 나타난 822번 지방도를 타고 금전저수지를 통과하면 우측으로 용암산 알림판이 보인다. 자가용과 25인승 이하 버스는 절까지, 대형버스는 마을 입구 삼거리까지 진입할 수 있다.

용암사까지는 포장된 임도, 절 입구 우측에 등산안내판이 있다. 절 마당에 올라서면 좌측은 큰 행랑채, 우측 계단 위에 커다란 대웅전이 보이고 뒤편 우측에 산신각이 있다. 등산로는 마당 한가운데를 지나 샘 바로 옆 돌계단을 통해 산으로 오른다. 좌측은 철망이 쳐져 있다.

작은 계곡을 경계로 좌측은 도덕산, 우측은 용암산이다. 숨이 턱에 차려고 할 즈음 고갯마루에 닿는다. 가끔 도덕산을 왕복하는 사람들이 있으나 길도 변변찮고 산의 숫자를 채우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별 의미가 없다. 서남쪽으로 이어진 오른쪽 산등성이를 타면 채석장을 비켜 오른편 산비탈로 등산로가 이어진다. 바위 등성이가 많은 능선을 기분 좋게 이어 타노라면, 긴 바위벽을 지나 우측에 금오산성 성터가 보이고 '용암사 0.8㎞, 정상 0.4㎞' 이정표가 나타난다.

금오산성은 산 정상을 중심으로 자연석을 이용해 성벽을 둘러쌓은 산성이다. 고려 때 왜구의 침입을 막고자 축성되었고, 조선조 병자호란 때 다시 수축해 사용했다고 전해진다. 처음엔 성곽의 길이가 약 1.6㎞ 정도였으나 현재는 약 100여m 정도의 허물어진 성터가 명맥을 유지한다.

산 이름 그대로 정상부는 하늘을 찌를 듯 우뚝 솟은 기암괴봉이다. 전체의 바위지대는 대략 다섯 군데로 네 군데의 바위 군락이 계단처럼 형성된 독특한 산이다. 울퉁불퉁하고 날카로운 곳도 있지만, 두어 곳은 등성이가 20여m 폭으로 너럭바위를 형성한다. 그 양편에 바위들이 성벽처럼 서 있지만 그 바깥쪽은 낭떠러지다. 바위 봉우리에 올라서면 주변의 조망이 화려하게 펼쳐진다.

두 번째 만나는 바위봉우리는 철사다리를 통해야 올라선다. 바위지대에서 전방을 바라보면 좌우가 천길 벼랑으로 형성된 바위 일곱 개가 조금씩 낮아지면서 용암사를 향해 나란히 서 있다. 일명 칠형제바위로, 선두에 나선 등산객들이 제일 뒤쪽의 높은 바위봉에서 손을 흔드는 모습이 장관이다. 삼면이 낭떠러지라 나머지 바위봉 위에는 오를 수 없다.

아기자기한 바위능선을 지나면 제일 뒤쪽의 바위 봉에 올라선다. 사면 팔방으로 조망이 훤해 신선이 된듯하다. 서쪽 방면으로 능주의 너른 들녘이 내려다보이고 휘몰아치는 듯 능선들이 일렁거리는 게 보인다. 그 너머로 광주의 진산 무등산이 한눈에 뚜렷하고. 동쪽으론 화순의 진산인 모후산을 비롯해 조계산과 그 주변의 산줄기들이 겹겹이 장막을 치며 파노라마를 그린다.

정상에 오르면 조금 너른 공터에 통신 탑이 세워져 있다. 그 옆에 정상 석이 있다. 정상의 공터에서 남동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는 좌측으로 휘감아 돌아 저 멀리 뒤쪽에 있던 무등산으로 이어지고, 남서쪽으로 이어지는 등산로 앞에는 거대한 바위 봉우리 두 개가 무척 위압적이다. 바로 510m봉이다. 천 길의 바위벼랑엔 소나무가 곡예 하듯 매달려 자라나는 모양이 동양화 속에서나 봄 직한 자태라 매우 경이롭다.

불암사로 내려서는 등산로도 운치가 대단하다. 소나무 숲과 어우러진 아기자기한 등산로에 명당처럼 여겨지는 특이한 산소가 나타나기도 한다. 그 앞쪽 바위에 올라서서 내려온 길을 뒤돌아보면 510m봉이 마치 거대한 자라가 하늘로 오르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기다가 아래쪽 불암사 우측(서남쪽)에 형성된 병풍처럼 이어진 암릉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병풍바위에 다다르기도 전에 등산로는 좌측 아래로 뚝 떨어진다.

임도를 만나면 우측 산속에 숨겨진 불암사가 있다. 1980년대 중반에 세운 사찰이지만 법당자리 뒤편으로 바위가 불끈 솟아 있다. 예전에 어떤 도승이 절을 지으려고 이곳으로 왔는데 법당을 지을 뒤편이 너무 훤해 아깝다고 생각하고 하룻밤을 쉬었다 한다. 그런데 밤사이에 바위가 불끈 솟아올랐다는 것이다. 그 바위를 배경으로 금오사를 창건했지만 정유재란 때 불탔다고 전한다.

절에서 나와 좌측으로 임도를 5분 정도 따르면 우측으로 완전히 꺾인 비포장 임도가 보인다. 우측으로 갈아타고 한참을 올라야만 논재가 나온다. 구불구불 이어진 임도를 내려서면 금오산장을 거쳐 등산을 시작한 불암사 입구에 도착한다. 좌우 측에 소나무 숲들이 연이어져 있어 임도가 그다지 지루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용암사를 들머리로 원점회귀 하는 데 약 8.5㎞, 식사시간 포함 4시간 정도가 걸린다. 겨울에는 설산, 봄에는 진달래가 만개해 환상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산자락에 자생석란이 피어나기도 한다. 예전의 등산지도엔 높이가 544.7m, 화순군에서 세운 정상 석에는 544m로 음각 되어 있다. 최근의 문헌과 지도에는 546.9m로 적혀 있고 불암사의 위치도 자사리골 아래 저수지 밑에 있다고 표기되어 있으나, 저수지 위쪽 우측 산자락에 있으니 참조해서 산행하기 바란다.

글·사진 지홍석(수필가·산정산악회장) san3277@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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