웬만한 사람들은 알 만한 시대 풍자 유머가 '대통령과 밥솥' 시리즈이다. 이승만 대통령이 미국의 도움으로 가마솥을 하나 마련했지만, 쌀이 턱없이 부족했다. 박정희 대통령이 농사를 잘 지어 흰 쌀밥을 넉넉히 지어놓고는 비명에 가고 말았다. 최규하 대통령은 뚜껑을 열려다 손만 뎄다. 일가친척과 동료들을 불러다 밥을 배불리 퍼먹은 사람은 전두환 대통령이었다. 노태우 대통령은 남은 누룽지라도 챙겨 먹었다. 그런데 김영삼 대통령이 솥 바닥을 긁다가 구멍을 내고 말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이 모아준 금붙이를 팔고 빚을 내서 전기밥솥을 장만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코드를 386V에 꼽는 바람에 그만 태워 먹고 말았다. 밥 짓기의 달인을 자처했던 이명박 대통령도 고장 난 밥솥에 군불만 지피다가 말았다. 박근혜 대통령이야말로 밥솥을 고치고 밥을 잘 지어서 국민이 고루 나눠 먹게 하고 아버지의 제사상에도 정성껏 올렸으면 한다.
우리에게 밥솥은 이렇듯 집안 살림과 국가 경제의 상징이었다. 삶의 질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였다. 생활이 윤택해지면서 부뚜막에 가마솥이 사라졌다. 도회지부터 전기밥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가전제품 생산 기술이 요즘 같지 않았던 1980년대만 해도 밥솥의 대명사는 단연 일제 코끼리밥솥이었다. 사용이 편리하고 밥맛이 좋아 주부들이 최고로 꼽는 가정 필수품이었다.
당시에는 일본에 다녀오는 여행자들이 코끼리밥솥을 하나씩 사들고 오는 것이 유행이었다. 그런데 요즘에는 코끼리밥솥의 국내 시장점유율이 1%가 채 안 된다. 국산 브랜드 쿠쿠(CUCKOO)에 완전히 밀려난 것이다. 쿠쿠는 국내시장의 70%를 차지한 데 이어 중국인의 부뚜막을 공략하고 있다.
중국인들이 열광하는 쿠쿠전자의 압력밥솥이 바로 '푸쿠'(福庫)이다. '복을 쌓아두는 창고'란 뜻이다. 일제 코끼리를 쓰러뜨리고 중국에 상륙한 푸쿠의 성공 비결은 뛰어난 도금, 코팅 기술력과 세련된 디자인이라고 한다. 일제 코끼리밥솥에 현혹되었던 우리가 세계 최대의 밥솥 시장에서 패권을 넘본다니 격세지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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