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공연계가 신년부터 유례없는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관장 공백 상태와 새로운 재단 설립으로 인한 업무 지연 등으로 인해 지역의 대표적인 공연장들의 공연 캘린더가 한동안은 텅 빈 상태가 계속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매년 송년'신년음악회를 끝으로 3월 말까지는 공연계의 대표적인 비수기이지만, 올해처럼 '백지' 상태인 적은 찾아보기 어려웠다는 것이 지역 문화계의 중론이다.
다른 곳이 쉴 때도 꾸준히 '괜찮은' 프로그램을 올렸던 수성아트피아도 2월 말까지 대관 공연 두 개를 제외하면 개점휴업 상태다. 이달 13일 최현묵 관장이 사표를 제출하면서 현재 관장 자리가 공석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연말부터 최 관장의 퇴진이 기정사실화 된 탓에 올해 프로그램 준비가 자연히 부실해진 탓도 있다. 수성아트피아를 운영하고 있는 수성문화재단은 지난해 12월 30일 관장 채용 공고를 내고 공모를 마감한 결과 15명의 후보가 응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서류심사와 면접, 인사위원회 등 거쳐야 할 절차가 많아 관장 선임은 빨라야 2월 중순경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수성아트피아는 2014년 공연 계획을 수립하지 못하고 있다. 대략의 틀은 잡아놓은 상황이지만 관장이 선임된 후에나 계약을 체결하는 등 실질적인 업무가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재)대구오페라하우스(이하 오페라재단) 역시 올해 공연계획 수립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재단 출범 후 오페라 제작의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야 할 예술감독(공연예술본부장) 선임이 늦춰지면서 모든 업무 진행이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어서다. 이 때문에 오페라하우스에서 공연을 관람하려면 적어도 3월은 지나야 가능한 실정이다. 안재수 오페라재단 대표는 "21일 박명기 공연예술본부장이 선임되면서 이제 본격적인 2014년 공연 계획 수립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며 "축제 기간을 제외하고도 연중 그랜드 오페라 2, 3개, 기존 '아하 오페라'와 유사한 하이라이트 오페라 2, 3개를 무대에 올릴 예정이며, 그 외에도 다양한 갈라 콘서트와 발레 공연 등을 계획하겠다"고 설명했다. 오페라재단은 빠르면 3월 말, 늦으면 4월쯤 본격적으로 공연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구시민회관 역시 25일까지 재개관기념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이 마무리되면 한동안 공백기에 들어간다. 관장 선임과 직원 채용이 지난해 11월 29일 재개관 기념 음악회가 임박해 이뤄지면서 2014년 프로그램을 준비할 시간이 없었던 것이다. 배선주 관장은 "취임과 동시에 38개 공연이 이어지는 아시아오케스트라페스티벌을 치러내는 데 온 역량을 집중하느라 향후 계획을 세울 만한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지만, 직원들이 야근도 불사하며 고생한 결과 이제 2014년 한 해 공연계획 수립이 마무리 단계에 있어 조만간 공식 발표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시민회관은 3월 28일 피아니스트 윤홍천과 표트르 오프차로프, 조재혁이 함께 꾸미는 '더 피아노' 콘서트를 시작으로 개관 첫해 야심 찬 기획공연을 이어나간다는 계획이다. 4월 18일 조수미 리사이틀, 6월 12일 비엔나 챔버오케스트라 공연이 예정돼 있으며, 명지휘자 시리즈와 명연주자 시리즈, 시민회관의 저변 확대를 위해 마련한 스페셜 시리즈 등 다양한 기획 공연이 마련된다. 배 관장은 "개관 첫해인 만큼 시민회관의 위상을 정립하고, 연주자들에게는 꿈이 되는 다시 서고 싶은 무대, 관람객에게는 수준 높은 공연으로 사랑받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공연장이 될 수 있도록 최고의 프로그램을 마련 중"이라고 했다.
아양아트센터나 북구문화예술회관 등도 봄소식이 전해질 때까지는 수리, 정비 등 내실을 기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대학 내 시설인 계명아트센터나 천마아트센터 역시 휴업하기는 마찬가지다.
예년 같으면 이미 한 해 공연 스케줄이 모두 마련되고 조기 티켓 할인행사 등이 이뤄져야 할 시기이지만, 각 공연장의 복잡한 내부 사정이 얽혀 연간 계획 수립이 늦어지면서 애가 타는 것은 음악 애호가들이다. 안희욱(36'달서구 죽전동) 씨는 "매년 초 각 공연장의 연간 스케줄을 보며 한 해 동안 어떤 공연을 관람할지 계획을 세우는 것도 큰 즐거움 중 하나인데 올해는 대부분의 공연장 캘린더가 백지 상태"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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