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누구하고 닮았나요? 주현니·신동·현칠·이미지예요∼

대구서 활동 모창가수들

대구경북지역의 내로라하는 이미테이션 가수와 모창 가수가 모였다. 왼쪽부터 주현니(주현미 이미테이션 가수) 씨, 신동(허각 모창 가수) 씨, 현칠(현철 이미테이션 가수) 씨, 이미지(이미자 이미테이션 가수) 씨.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대구경북지역의 내로라하는 이미테이션 가수와 모창 가수가 모였다. 왼쪽부터 주현니(주현미 이미테이션 가수) 씨, 신동(허각 모창 가수) 씨, 현칠(현철 이미테이션 가수) 씨, 이미지(이미자 이미테이션 가수) 씨. 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멀리서라도 이들을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약속장소에는 이미 가수 현철과 젊은 시절의 가수 이미자와 똑같이 생긴 사람이 앉아 있었기 때문이다. "두 분 더 오시기로 했어요. 그분 오시면 같이 시작하죠"라는 말에 2, 3분 더 기다렸더니 멀리서 누군가가 걸어오고 있었다. 가수 주현미였다. 또 통통한 체구의 남자가 5분 뒤에 약속장소에 도착했다. 이 남자와 닮은 가수를 떠올리려 해도 누구인지 잘 모르겠다. "가수 김범수와 허각 모창을 하고 있습니다"라는 말에 의문이 풀렸다.

자리에 모인 네 사람은 자신을 현칠(본명 은해기'59), 주현니(본명 강선옥'50'여), 이미지(본명 이정애'50'여), 신동(본명 신동화'30)이라고 소개했다. 모두 대구경북지역에서 이미테이션 가수와 모창 가수로 활동 중이다.

네 사람이 모창의 길로 들어선 가장 큰 이유는 '원조 가수와 어느 한 군데라도 닮아서'다. 현칠, 주현니, 이미지 씨는 각각 자신들의 원조가수와 닮은 외모 때문에 이미테이션 가수의 길로 들어선 경우다. 신동 씨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신동 씨는 2010년 '슈퍼스타 K 시즌 2'에 출전해 3차 예선까지 통과했지만 슈퍼위크 첫날 떨어졌다. 이후 허각 씨가 그 프로그램의 우승자가 될 때 불렀던 '언제나'를 불렀더니 자신과 노래가 맞아떨어진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주변 사람들도 "허각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때부터 허각의 모창 가수로 활동 중이다. 신동 씨는 "슈퍼위크 첫날 10~15명씩 조를 짜서 무대 위에 올려 노래를 부르게 했는데 재미있는 사실은 내가 속한 조에 허각 씨가 있었다는 사실"이라며 "아마 허각 씨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운명인 것 같다. 적어도 몸매는 비슷하지 않나"라고 말했다.

이들은 자신을 따르는 원조 가수와 닮기 위해 많은 노력과 노하우를 개발하고 있다. 매일 원조 가수의 노래와 무대 동영상을 보고 제스처 하나까지 연구한다. 신동 씨는 "일전에 현철 선생님과 같은 무대에 선 적이 있는데 지금 현칠 선생님을 보니 현철 선생님과 그냥 앉아있는 모습까지 똑같다"고 말했다. 주현니 씨는 원조 가수를 따라잡으려는 이러한 노력을 '끝없는 미로'라고 표현했다. 주 씨는 "하루는 주현미 선생님 얼굴과 내 얼굴을 비교하면서 '성형수술로 보조개도 만들까'하는 생각을 했던 적도 있다"며 "주현미 선생님의 경우 항상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주시다 보니 따라가기 힘들지만 닮아가기 위해 노력하고 연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들 중 원조 가수와 연락이 되는 사람은 현칠 씨뿐이다. 현칠 씨는 가수 현철씨의 자녀 결혼식에도 초대를 받을 만큼 친분이 두텁다. 현칠 씨는 "신곡이 나오면 현철 선생님이 반주 CD를 주시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이 입던 무대의상을 물려주기도 하신다"며 "그 보답에 저는 가끔씩 제철 농산물을 현철 선생님 댁에 보내 감사함을 표한다"고 말했다. 나머지 세 사람은 원조 가수를 먼발치서 구경만 하거나 만나도 인사만 하고 돌아섰다. 이미지 씨는 "이미자 선생님을 직접 만나면 '오래전부터 사모해 왔습니다. 점점 더 간절히 선생님을 따르고 싶어집니다'라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히든싱어'와 너훈아 씨의 별세가 한동안 뜸하던 이미테이션 가수와 모창 가수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어 "어찌 보면 참으로 감사한 일"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이미테이션 가수업계에서는 '히든싱어'가 엄청난 화제이기도 하고 프로그램 출연을 고민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한다. 네 사람 중 주현니 씨는 JTBC의 '히든싱어'에 출연할 뻔도 했었다. 하지만 매일같이 서울과 대구를 오가면서 연습하기가 쉽지 않았던 탓에 결국 출연을 포기했다. 또 방송 출연 후 얼굴이 알려지면 사라질 수도 있는 그들만의 신비감도 문제였다. 현칠 씨는 "이미테이션 가수의 경우 얼굴이 너무 알려지면 관객들 호응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실제 행사 주최자 측이 이미테이션 가수를 부를 때는 '원조가수 ○○○이 온다'고 소개해놓고 부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속았다'는 생각이 드는 관객들은 등을 돌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미테이션 가수는 원조 가수의 이미지를 구현하는 데 더 집중하는 탓에 원조 가수와 목소리가 아주 똑같지는 않을 수 있다는 점도 이 프로그램의 출연을 주저하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30일에 방송된 '히든싱어-남진 편'에서 남진의 이미테이션 가수 '남진이'로 활동하던 정종기 씨가 1라운드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올해도 원조 가수와 더 닮아지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현칠 씨는 "원조 가수인 현철 선생님께 좀 더 가까이 다가가서 더 많이 배우고 싶다"며 "더 열심히 닮도록 노력해서 이미테이션 가수계의 1인자가 되고 싶다"고 했다. 신동 씨는 "만약 '히든싱어' 시즌 3에 허각 씨가 나온다면 무조건 출전할 것"이라며 "'신동'이라는 이름으로 가수활동도 하고 있기 때문에 허각의 모창 가수 뿐만 아니라 '가수 신동'으로도 성공하고픈 욕심도 있다"고 말했다.

이화섭기자 lhssk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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