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면 지갑도 가방도 필요 없는 세상이라지만 아날로그는 건재하다.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봤던 다이어리와 달력 판매가 올 들어 증가했고, 간편하게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세상이 열렸지만 사용하기 번거로운 LP를 찾는 사람도 많다. 직접 손으로 쓰는 다이어리에 애착을 갖고, LP의 거친 음을 선호하는 '아날로그형 인간'들은 빠르고 편한 디지털시대를 거스르며 자신만의 개성을 만끽하고 있다.
◆종이 다이어리의 귀환
스마트폰 등 IT기기의 발전으로 종이 다이어리는 최근 몇 년간 설 자리를 잃어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다이어리를 찾는 사람들이 하나 둘 늘면서 판매량이 이례적으로 급증했다.
24일 대구 반월당네거리의 한 팬시점. 다이어리 코너가 휑하니 비어 겨우 몇 권만 놓여 있었다. 점원은 "인기 있는 다이어리는 이미 다 팔렸다"고 했다.
온라인 쇼핑몰 인터파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18일부터 연말까지 다이어리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23% 늘었다고. 2009년 스마트폰 등장 이후 매년 감소하던 추세여서 업계는 이례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 앱 스토어에는 100여 종이 넘는 다이어리 및 플래너 앱이 있어 입맛대로 고를 수 있다. 다이어리의 주 수요층이던 10, 20대 여성들이 앱을 활용하면서 종이 다이어리는 뒷전으로 밀렸다.
앱의 거대한 파고에 문구업체들은 2012년부터 신제품 수를 줄였고,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는 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등 종이 다이어리 사업에서 발을 빼는 대신 새로운 시장 찾기에 나섰다. 한 문구업계 관계자는 "당시 다이어리를 취급하는 매장의 매출이 매년 평균 20% 정도 줄었다"고 했다.
불황도 다이어리와 달력 판매에 영향을 미쳤다. 기업들이 매년 홍보용으로 제작하는 다이어리와 달력 물량을 줄인 것이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하지만 지난해 말부터 올 초, 종이 다이어리가 다시 주목을 받았다. 업계는 지난해 기업들이 연말연시 선물로 종이 다이어리를 많이 샀고, 손으로 직접 쓰는 종이 다이어리의 아날로그 감성이 되살아나면서 판매가 증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
◆즉석 카메라'LP의 부활
스마트폰의 등장에 숨죽였던 카메라 시장에도 아날로그 열풍이 불고 있다. 높은 화소를 탑재한 스마트폰으로 인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냉기가 가득하지만 즉석 카메라는 온기가 퍼지고 있다.
지난해 한국후지필름의 즉석 카메라 판매는 35만 대를 넘어섰다. 28만 대가 판매된 2012년보다 7만 대가 더 팔렸다. 글로벌 즉석 카메라 판매량 150여만 대, 우리나라가 최대 시장일 정도로 즉석 카메라를 찾는 사람이 많다.
즉석 카메라는 스마트폰보다 화소는 떨어지나 찍는 즉시 사진을 손에 쥘 수 있고, 세상에 한 장밖에 없다는 희소성도 지녀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촬영 후 사진 아래나 뒷면에 메모를 해 모아두면 훌륭한 사진첩이 된다. 사용법이 간편하고 여심을 사로잡는 다양한 색상과 디자인도 인기의 요인.
임선영(30'여) 씨는 상황에 따라 다른 크기의 필름을 사용하는 3종류의 즉석 카메라를 가지고 있다. 임 씨는 "즉석 카메라로 사진을 찍으면 아련한 느낌을 주는 사진이 나온다"며 "필름 프레임에 색을 입히거나 귀여운 캐릭터가 그려진 제품도 나오고 있어 생일이나 여행 등 친구들과 특별한 추억을 남길 때 주로 사용한다"고 했다.
CD와 MP3 등장 이후 음반시장에서 사라지다시피 했던 LP도 화려하게 부활했다. LP의 부활은 미국과 일본에서 먼저 시작됐다. 지난해 미국에서의 LP 판매량은 460만 장, 5년 전과 비교해 5배 가까이 증가했다. 일본에서도 연간 30만 장의 LP 시장이 형성됐으며, 매년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과거엔 마니아층이 옛 LP를 수집하는 정도였으나 최근에는 새로운 음반을 내면서 LP를 출시하는 사례도 많다. 지난해 2AM, 장기하와 얼굴들, 브라운아이드소울, 김C, 적우 등이 LP를 발매했고, 올해도 조용필과 지드래곤이 LP 시장 활성화를 이끌었다.
음반업계 관계자는 "LP에 대한 수요가 있어 아이돌부터 중견가수까지 LP를 내놓고 있다"며 "LP의 아날로그 음질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턴테이블 판매도 덩달아 늘고 있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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