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부(랑슝 분)는 대만에서 최고로 인정받았던 요리사였지만 미각을 잃은 후 퇴직하고 세 딸과 함께 낡은 주택에서 살아간다. 딸들은 일요일마다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식사를 하지만 서로의 생활에 대해 관심도 없고 딸들은 오로지 독립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그들에게는 각기 부족한 사랑을 대신해주는 대체품이 있다. 아버지 주사부는 온종일 가족들의 식사 준비에 매달리고, 첫째 딸 쟈전은 종교, 둘째딸 쟈쳰은 애인, 막내 쟈닝에게는 공부와 아르바이트에 정신이 팔려 있을 뿐이다.
영화가 시작되는 부분에 '음식' '남녀', 이 네 글자가 화면을 가득 메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음식'과 '남녀'가 위아래로 놓여 있고, 전혀 다른 글자체로 쓰여 있다는 것이다. 영화를 만든 이안 감독은 왜 네 글자를 시각적으로 분리해 놓아 주인공인 주사부의 일가족이 같은 지붕 아래 살지만, 각자의 세상에서 따로 사는 듯한 상황을 표현했다.
사랑이 부족한 이 가족에게는 산해진미가 눈앞에 펼쳐져 있어도, 그들의 식욕을 돋우지 못한다. 하지만 결국 이 가족은 모두 사랑을 갈구했음을 깨닫고,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각자 나름대로 사랑을 얻게 된다.
영화의 후반부, 각자의 사랑을 찾아 뿔뿔이 흩어지고 이제는 이미 팔린 집에 마지막까지 남은 둘째 딸 쟈쳰은 스스로 주방에 들어가 음식을 준비해 가족들을 초대한다. 하지만 다들 바쁘다는 핑계로 아버지와 단둘이 식탁에 마주하게 된 쟈쳰. 넓은 식탁에 준비된 성찬 앞에 앉은 두 사람은 만감이 교차하고, 아버지 주사부가 국을 마시는 순간 딸의 요리에서 사별한 아내의 음식 맛을 느끼며 수년간 잃어버렸던 미각을 되찾게 되는 극적인 반전이 일어난다. 이 영화는 끝 부분에서 가족은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관계라는, 그리고 해결하지 못할 갈등은 없다는 것을 강조하며 매듭을 짓는다. 러닝타임 124분.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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