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24일 남북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재개하자고 전격 제안해왔다. 박근혜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제안한 지 18일 만이다.
북한은 이날 오후 6시 30분쯤 판문점 연락관 채널을 통해 "남북 이산상봉 행사를 진행하자. 금강산에서 진행하되, 날짜는 준비기간을 고려해 설 지나고 날씨가 풀린 다음 남측이 편한 대로 하자"고 알려왔다.
정부는 이러한 제안에 즉각 "북한이 늦게나마 우리의 제안을 수용한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주말 회의를 거쳐 27일쯤 구체적인 입장을 전달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이산상봉 논의에서 명단을 확정해 놓는 등 준비 기간이 앞당겨질 수도 있어 이르면 2월 중 이산상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산가족 상봉은 지난해 9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무산시킨 뒤 박 대통령이 6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공식 제안하면서 재개 논의가 시작됐다. 당시 북한은 "좋은 계절에 만나자"며 사실상 거부한 바 있다.
이날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을 전격 제의할 때까지 남북은 '진정성' 문제를 놓고 온종일 줄다리기를 벌였다. 신경전은 이날 오전 북한 국방위원회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남측에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북한 국방위는 서한에서 16일 북한이 ▷30일부터 상호 비방 중상 행위 중지 ▷상호 군사적 적대행위 전면중지 ▷핵 재난 막을 상호조치 등의 내용을 담아 발표했던 중대 제안이 위장평화공세도, 선전심리전도 아니라며 호응할 것을 촉구했다.
중대 제안(16일)을 위장평화공세로 규정했던 정부는 오후 4시 30분쯤 공개서한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표시했다. 통일부 김의도 대변인은 "북한의 중대 제안이 위장평화공세인지 아닌지는 한 번의 말로 평가할 수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행동으로 진정성을 밝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우리 측 요구에 2시간 만에 이산상봉 역제안으로 응답한 셈이다.
이날 북한의 역제안은 '중대 제안' 발표되고서 잇단 평화 공세 속에서 이뤄졌으며, 우리 정부가 '진정성 있는 행동'을 요구한 직후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금강산 관광 재개 등을 전제로 달지 않은 점이 과거의 협상 패턴과 다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올 초 신년사를 통해 화해를 강조한 데 이어 중대 제안, 공개서한, 이산가족 상봉 제안 등으로 이어진 과정은 남북 관계 개선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한편 대구경북 이산가족들은 부푼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남북은 애초 지난해 추석 직후인 9월 당시 북한의 갑작스러운 이산가족 상봉 행사 연기 발표에 대구경북 상봉 대상자 3명(대구 1명, 경북 2명)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이들은 북한에 있는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며 상봉 일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행사가 연기됨에 따라 눈물을 삼켜야 했다.
북한이 다시 이산가족 상봉을 제안하면서 대구경북 이산가족들의 마음 또한 다시 두근거리고 있다. 이산가족들은 "아직 반신반의하는 마음은 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성사 가능성이 높다고 들었다"며 "북한에 있는 혈육을 드디어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가슴이 벅차다"고 했다.
이산가족정보통합시스템에 따르면 2013년 12월 현재 대구경북 이산가족은 모두 3천789명으로 대구 1천689명, 경북 2천100명이다.
서광호기자 kozmo@msnet.co.kr
이지현기자 everyday@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