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지인 중 한 사람의 생활 습관은 모든 사람들이 새겨들을 만하다. 이 사람은 부인에게 딱 두 가지 잔소리만 한단다. 가스 밸브 잠그라고 노래를 부르고 차로를 바꿀 때 반드시 방향지시등(일명 깜빡이)을 켜라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말한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가족의 안전과 직결되기 때문이란다. 가스가 누출되면 일가족이 위험에 처하게 되니 밸브 잠그는 것을 생활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또 다른 차선으로 넘어갈 때는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과 같으니 문을 노크하거나 벨을 누르는 것처럼 깜빡이를 켜야 한다는 것이다. 부인도 처음에는 조잔한 남편의 간섭으로 생각하다가 점차 맞는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이제는 생활습관이 됐다고 했다.
참 지혜로운 부부다. 특히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하는 필자의 입장에서 보면 올바른 운전습관을 가르친 남편의 사고방식이 이웃들에게도 널리 퍼졌으면 한다. 현대사회에서 모든 구성원들이 안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사회규범과 질서 준수가 요구되는데, 그중에서도 자동차 운전이 특히 그렇다. 자동차 운전은 다른 운전자와 주변의 많은 보행자, 시시각각으로 다가오는 낯선 환경에 적응해야 하고 교통질서 준수와 더불어 많은 배려와 주의가 요구되며 이를 무시하면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교통사고 조사 일선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한 사람으로서 교통법규와 질서 위반쯤은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단속되더라도 "먹고살기 힘든데 경찰이 못살게 군다"거나 "별것도 아닌 데 봐주지 않는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사람을 종종 접하게 된다. 하지만 별것 아닌 것처럼 보이는 사소한 부주의가 참혹한 결과로 나타난 사고현장을 접할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정부에서도 이러한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 새 정부 들어 교통사고 사망자 30% 감소를 핵심 국정과제로 선정하고 2015년부터 모든 도로에서의 안전띠 착용 의무화, '긴급구난 자동전송 시스템' 도입 등 정부 차원에서 여러 가지 보완방안을 추진 중이다.
경찰도 교통질서 확립을 중점과제로 선정하고 경찰력을 집중해 국민이 불편해하는 얌체'위험행위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활동을 전개하는 등 교통사고 없는 국민이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특히 2013년부터 도입한 '착한 운전 마일리지' 제도(교통법규 준수를 서약하고 1년간 법규를 위반하지 않으면 운전면허 행정처분 감경 등의 혜택 부여)는 서약자가 벌써 300만 명에 육박하는 등 스스로 교통질서를 지키는 문화 캠페인으로 정착되어 가고 있으며 교통사고 감소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어 고무적이다.
한 해 교통사고로 5천 명이 넘게 목숨을 잃고, 이로 인한 손실비용 13조원, 여기에 교통 무질서로 인한 교통혼잡비용 27조원까지 더한다면 막대한 사회적 비용이 매년 도로 위에 버려지고 있다.
'나 하나쯤 지키지 않는다고 무슨 일이 있겠느냐'라는 발상이야말로 우리 사회 질서 정착을 저해하는 독소 중의 하나다. 경찰관이 보이면 지키고 보이지 않으면 교통법규쯤은 위반해도 괜찮다는 법 경시 풍조에서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2014년은 정부, 언론, 시민단체 등의 다각적인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협조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획기적으로 감소하는 원년(元年)이 되기를 희망해 본다.
윤현선 대구 중부경찰서 교통조사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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