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그룹이 올해부터 추진하는 '대학총장 추천제'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삼성이 각 대학교별로 추천 인원 할당량을 통보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자칫 대학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고, 호남 지역 대학 및 여자대학을 차별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삼성은 올해 인재 채용제도를 전면 개편하면서 전국 200개 대학 '총'학장 추천제'를 도입, 연간 5천여 명을 추천받을 계획이다. 추천 인원은 서류전형을 거치지 않고 SSAT(삼성직무적성검사) 시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문제는 삼성이 배정한 대학별 추천 인원 할당량이다. 각 대학에 따르면 수도권 대학 중에서는 삼성이 재단을 맡고 있는 성균관대가 가장 많은 115명(저소득층 제외)을 배정받았고, 다음으로 한양대'서울대 110명, 연세대'고려대 100명, 인하대 70명, 경희대 60명 등의 순이었다.
지방대 중에서는 경북대가 가장 많은 100명(저소득층 제외)을 할당받았다. 영남대 45명, 한동대 20명, 계명대·대구가톨릭대·대구대 10명, 경일대 8명, 대구한의대 6명 등 대구경북권 대학 역시 지방대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많은 추천 인원을 배정받았다.
이 같은 추천 인원 할당량이 알려지면서 불만을 토로하는 대학들도 많다. 상대적으로 적은 추천 인원을 받은 호남지역 대학과 여대 등은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실제로 호남권에서 가장 많은 추천 인원을 기록한 전남대(40명)와 전북대 (30명)는 영남권의 경북대(100명), 부산대(90명)와 비교해 절반 수준을 밑돌고 있다. 이화여대(30명), 숙명여대(20명), 서울여대(15명) 등 여대 역시 저조한 추천 인원을 배정받았다.
상대적으로 많은 추천 인원을 할당받은 대구경북권에서도 대학별 분위기가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다. 경북대 관계자는 "추천 인원이 곧 입사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지만 상당히 고무적인 내용으로 볼 수 있다"며 "수도권 대학에 묻지마 식으로 지원하는 지역 고교생들의 인식을 전환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반면 추천 인원이 저조한 대구경북 사립대 관계자들은 "삼성은 이번 추천 인원 할당에서 이공계열 정원이 많거나 산학 협력을 맺고 있는 대학들에 가산점을 줬다"며 "서강대'포스텍'카이스트가 추천 인원 할당 목록에서 빠지는 등 삼성의 잣대가 실제 대학의 수준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불쾌해했다. 삼성의 이번 추천 인원 할당이 자칫 실제와는 전혀 다른 대학별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서도 "삼성이 대학 서열화를 조장하고 나선 것"이라거나 "삼성이 신입사원 총장 추천제로 사실상 삼성대학 할당제를 시행하려 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삼성 측은 "삼성의 미래를 짊어질 인재들을 뽑는데 특정 지역과 대학을 차별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며 "삼성의 주요 먹거리가 IT 제조업이다 보니 기술직군을 많이 뽑고, 관련 인재가 많은 대학에 총장 추천권이 많이 배정된 것은 당연하다"고 해명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반도체, 모바일, 디스플레이 등 삼성이 요구하는 전략 학과가 전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이고, 경북대 역시 모바일학과(삼성전자 계약학과) 정원이 다른 대학 관련 학과의 4배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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