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녀교육 비타민] 도둑고양이 살찌랴?

사람들이 돈에 대해 갖는 생각은 사회에 의해 만들어지게 되는데, 불행히도 우리 사회는 '경제적인 부=성공'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너무 짙게 깔려 있다. 그리하여 많은 사람은 돈이 행복과 성공을 가져다주리라는 신념을 갖고 더 많은 돈을 모으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을 하는 것은 물론, 돈에 대한 강한 집착 때문에 삶에 있어서 정말 소중한 것을 잃기도 한다.

돈은 인간 생활의 편리를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가장 위대한 발명품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낸 발명품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노예가 되어 크나큰 불행을 겪기도 한다. 사람이 있고 돈이 있는 것이지, 돈이 있고 사람이 있는 것은 결코 아니지 않은가. 같은 칼이라도 음식을 만들기 위해 사용하면 생활 도구가 되지만, 그 칼로 사람을 해치면 무기가 된다. 마찬가지로 같은 돈이라도 무기로 쓰느냐 도구로 쓰느냐는 인간의 손에, 그리고 인간의 의지에 달려 있다. 인간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돈을 벌고 그 돈을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곳에 적절히 사용하면 돈은 인간에게 충실한 하인이 된다. 그렇지만 인간이 돈을 위해 살고, 돈을 위해서라면 인간으로서 차마 할 수 없는 일까지 일삼는다면, 인간은 이미 돈의 주인이기를 포기한 것이며 스스로 돈의 하인이고, 돈의 노예가 된 것이다.

돈은 사람들을 몸서리치게도 한다. 돈 때문에 부모를 살인한 박한상 사건, 이른바 살인 공장까지 차려놓고 사람들을 무자비하게 살해한 지존파 사건, 부유해 보이는 사람들을 무차별적으로 선정해 돈을 빼앗고 살해한 막가파 사건, 돈을 받는 대가로 유아를 탈취하고 생모를 살해한 사건, 보험금을 타기 위해 친아버지가 어린 아들의 손가락을 자른 사건'자신의 두 발목을 자른 사건'아내를 살해한 사건'남편을 살해한 사건 등은 모두 돈 때문에 일어난 사건들이다. 이렇게 반인륜적이고 잔인한 사건들은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겨주었고 많은 이에게 돈에 대해 환멸을 느끼게 했다. 이쯤 되면 이미 돈은 사람들의 생활에 편리를 주기 위한 필요물(必要物)이 아니라, 요물(妖物)이고 악물(惡物)이 되는 것이다.

'세상에 공짜 점심은 없다' '부정하게 번 돈 오래가지 않는다' '쉽게 번 돈 쉽게 나간다' '돈은 바닷물과 같다. 그것을 마시면 마실수록 목이 말라진다'는 속담이 있다. '가는 정이 있으면 오는 정도 있고' '공짜 점심을 얻어먹으면 그에 상응한 대가를 갚아주어야' 하는 것이 세상 살아가는 이치이다. 부정하게 번 돈을 꼭 붙들고 부자가 되어보려고 애를 써보지만, '도둑고양이 살찌랴?'는 속담이 딱 맞다. '부정하게 번 돈' '쉽게 번 돈'들은 잠시의 기쁨은 안겨줄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은 남에게 터놓고 이야기할 수 없는 부담감 때문에 병원을 들락거리며 그 이상의 돈을 지불하기도 하고, 감옥에 가기도 하고, 목숨까지 잃게 되는 경우도 많다. 이 속담들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같은 돈이라도 그 돈엔 마력(魔力)이 붙은 것은 아닐까?

김상규 대구교육대학 사회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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