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북한의 초코파이

이 세상 어떤 외래어도 다 한자어로 바꿔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다는 중국인들. 코카콜라에는 '입이 즐거워진다'는 의미로 '커커우커러'(可口可樂)란 이름을 붙였다.

즐거운 이름이 붙었지만 코카콜라가 사회주의의 나라 중국에 상륙한 것은 곡절의 연속이었다. 코카콜라 회사가 처음 문을 두드린 1970년대 중반, 중국인들에게 코카콜라는 영화 속 기억이 고작이었다. 영화 속 미군이 마시던 콜라는 그저 음료수가 아니었다. 미국으로 대표되는 자본주의의 산물이었다.

1982년 겨울. 우여곡절 끝에 중국에서 생산된 코카콜라가 처음으로 각 상점에 풀리기 시작했다. 콜라 1병을 사면 풍선 1개와 젓가락 1쌍을 끼워주는 덤 프로모션을 펼쳤다.

중국 언론의 반응은 차가웠다. 북경일보는 '입에 맞는 것이 반드시 즐거운 것은 아니다'고 비꼬았다. 가뜩이나 국가에 물자가 부족한데 이를 도입해 국가의 재화를 낭비한다는 논조였다. 깜짝 놀란 정치국은 "외국인에게만 팔아라. 중국인에게는 한 병도 팔지 말라"고 지시했다. 시판 하루 만이었다.

미국인들은 의아했다. 콜라를 파는데 정치국이 나서는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중국인에겐 자본주의가, 미국인에겐 사회주의가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었다. 뒷날 코카콜라의 중국 시장 진출은 중국 땅에 미국식 자본주의가 상륙한 상징이 됐다.

우리나라에서 개당 400원 정도에 팔리는 초코파이가 북한 암시장에서 소득 수준 대비 10달러(1만 원 선) 정도에 팔리고 있다고 CNN이 보도했다. 북한 노동자 월급이 200달러가 채 안 되니 초코파이는 북한에서 귀한 몸이다. 초코파이는 1974년 오리온제과가 미국의 '문파이'(moonpie)를 벤치마킹해 내놓은 '오리온 초코파이'가 원조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초코파이는 국력 신장과 더불어 세계시장을 평정했다. 특히 러시아, 중국 등 사회주의 국가에서 큰 인기다. 북한에는 주로 개성공단을 통해 흘러들고 있다.

정작 CNN 보도가 관심을 끄는 것은 초코파이가 암시장에서 팔리고 있다는 보도다. 북한으로 흘러든 초코파이가 중국의 코카콜라처럼 서로 간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려면 암시장이 아닌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되는 것이 먼저다. 10달러가 아닌 400원에 거래되는 초코파이가 북한을 살린다.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