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상담학박사 김미애교수의 부부'가족 상담이야기] 외아들로 자란 남편 시댁 편만 드는데

◇고민=남편은 딸 부잣집의 외아들로 자랐습니다. 시댁 남매들은 유달리 효심이 지극하고 우애가 돈독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의 외아들 장남에게 시집온 저는 너무 불행했습니다. 시누이들은 어머님께 잘하라고 사사건건 간섭하며 힘들게 했고, 시어머니도 많은 제사와 시댁에 신경을 써야 하는 제게 야단을 치셨지요. 이런 와중에도 남편은 항상 그들 편만 들었고, 강한 성격으로 저를 소외시켰습니다. 남편은 시댁 일로 충돌할 땐 생활비를 끊기까지 했습니다. 그때 그 기억들은 세월이 흐른 지금 이혼위기가 될 만큼 심각합니다. 과거를 물 흘려보내듯 잊고 살려고 했지만, 마음속으로는 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아직도 용서가 안 돼 불안하고 밤잠을 이루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결혼생활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솔루션=홀시어머니 슬하에 많은 딸 중에서 외아들의 아내로 수십 년 살아오신 세월이 힘겹게 느껴집니다. 또 그 속에서 시누이들과 시어른의 역할 요구는 힘든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었을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귀하는 종손의 아내로서 시댁 식구들로부터 먼저 대접받고 존중받고 사랑받아야 하는 귀한 자리에 있어야 했습니다. 그러나 시댁 식구들은 그런 대접보다는 힘에 부치는 며느리의 역할과 시댁에 대한 헌신을 먼저 강요했습니다. 어린 며느리 입장에서는 힘에 부치는 부담으로 마음이 고단했을 것입니다. 거기에다 귀하의 마음에 결정적인 상처를 준 것은 아마도 남편이 시누이들 편만 들어 귀하를 배려해주지 않고 오히려 귀하를 가족들로부터 소외시켜 이방인 취급을 하며 서럽게 했던 것일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동전도 양면이 있듯이 남편의 입장을 생각해 보면, 남편도 중간에서 많이 힘들었을 것입니다. 남편인들 왜 아내가 귀하지 않았겠습니까. 어린 시절 홀어머니의 희생으로 가난하게 살아온 남매들의 공유된 정서와 어머니에 대한 충정, 그리고 죄의식이 늘 강하게 자리해 있기 때문에 아내 편을 들지 못했을 뿐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그때의 아픈 기억은 서로 따뜻하게 이해할 수 있는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원인일 뿐, 결코 남편의 사랑이 부족한 때문만은 아니라 여겨집니다. 지금 귀하가 해야 할 것은 바로 남편에게 '털어놓기' 하시는 것입니다. 지금까지 귀하는 성격이 강하고 자기주장이 센 남편에게 하소연도 제대로 못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한 억울함이 쌓여 있고, 그 결과 결혼생활에 의미를 잃어버리고 살아왔습니다. 그래서 더 이상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남편에게 이 마음을 털어놓기를 바랍니다. 거기서 당신이 얼마나 남편의 보호와 사랑을 갈망했는지. 그리고 남편의 지지가 없어 냉대와 소외감을 느끼면서 얼마나 상처를 받았었는지. 지금 불안하고 행복하지 않은 것이 어떤 것인지를 진지하게 말씀하세요. 그 깊은 대화를 하고 나면 남편과 나눈 대화 언저리에서 비로소 미처 생각지 못했던 남편의 깊은 사랑을 찾을 수 있는 시간이 올지도 모를 일입니다.

대구과학대 교수 대구복지상담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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