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TV 가이드] 生의 시작과 마지막 장식…하얀색의 메시지

글로벌 대기획 색-4편 THE WHITE 탐미의 가면 KBS1 31일 밤 10시

하양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순결함과 선량함을 상징하는 가장 아름다운 색이었다. 조선의 미인은 3백(白, 즉 눈자위, 치아, 살결이 하얘야 했고 중세 유럽에선 남성들조차 가발을 쓰고 밀가루를 뿌렸다. 하양은 때로 진실을 감추고 왜곡한다. 하지만 태어나자마자 무명 배냇저고리를 입고 삶을 시작한 인간은 이 세상을 떠나는 마지막 순간, 가면을 벗고 다시 처음의 그 순수했던 하양으로 돌아간다. 하양은 진실이 담겨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일본 게이샤는 마치 하얀 마스크와도 같은 두꺼운 백색 화장으로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감춘다. 한편 게이샤의 화장은 식물성 백색 분말을 물과 혼합해서 붓을 이용해 펴 바르듯 발라주는데, 가면을 착용한 듯한 착각을 주기 위해 이마나 귀 아랫부분에 빈틈을 남겨놓고 발라준다. 또 눈썹은 붉은색과 검은색을 함께 이용해 치장하는데 경력이 쌓일수록 검은색의 비중이 늘어난다고 한다. 입술은 식물에서 추출한 분말을 물에 개서 바르는데 반짝임을 위하여 설탕을 섞기도 한다고 알려져 있다.

태국의 레이디 보이, 남성이지만 여성으로 살고 싶은 그들에게도 하얀 화장은 일종의 가면이다. 남태평양 서쪽 끝 뉴기니섬 동반부에 걸쳐 있는 도서국가 파푸아뉴기니의 우마이(Womai) 부족은 온몸을 하얀 해골로 장식한다. 이는 혹독한 생존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들만의 선택이다. 평생 온갖 욕망에 둘러싸여 가면을 쓴 채 살아가는 인간들. 모든 욕망을 내려놓은 육신에 하얀 화장을 하고 무명의 소(素)색 수의를 입은 채 생을 마감한다. 제작진은 "하얀색은 생의 색이자 생을 마감할 때 접하는 색이다. 하얀색은 색이 없지만 가장 아름다운 색일 수 있다. 아름다움을 향한 욕망의 끝이 허무할 수 있다는, 욕망 속에 살아가지만 끝은 무로 돌아가는 메시지를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경달기자 sar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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