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국민은 좀체 실감하지 못하는 사상 최대 흑자

지난해 우리나라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707억 3천만 달러를 기록했다. 흑자 규모가 가장 컸던 2012년의 480억 8천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어 무려 47%나 증가한 사상 최대 규모다. 이 가운데 상품수지 흑자는 607억 달러를 기록해 2012년 대비 52.5%나 증가했다. 수출이 5천709억 2천만 달러로 3.0% 늘고, 수입은 5천102억 1천만 달러로 0.8% 줄었다.

이 같은 성적표는 우리 경제가 어떤 어려운 여건도 거뜬히 이겨낼 수 있는 '경제 우등생'임을 확인시켰다는 점에서 반가운 일이다. 경상수지 흑자는 한 나라의 경제 기초 체력을 평가하는데 매우 중요한 척도다. 아르헨티나'터키'남아공 등 신흥국 통화 위기가 확산되는 대도 우리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잘 버티는 것은 경상수지 흑자가 많기 때문이다. 매년 대규모 적자를 내는 허약 체질의 경제라면 누가 후한 점수를 주고 좋게 평가하겠나.

그런 점에서 국내총생산(GDP)의 6%에 달할 정도의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나 23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행진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가격이든 품질이든 우리 기업들이 어떻게든 경쟁력을 키우고 크게 남는 장사를 했다는 것은 높이 평가할 일이다.

엄청난 적자로 쩔쩔매는 처지에 비하면 다행한 일이지만 지나치게 많은 흑자가 오히려 고민거리가 될 수도 있다. 정부 당국과 한국은행은 '불황형 흑자 구조'라는 지적에 동의하지 않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원자재 가격 하락과 내수 부진으로 수입이 줄어 흑자가 커졌다는 점을 부인하기 힘들다.

당장 흑자 규모가 커진 만큼 통상 마찰과 원화절상 압박도 비례해 커질 수밖에 없다. 신흥국 통화 불안의 여파로 원화 가치가 연일 출렁이는 것도 경상 흑자로 넘쳐나는 달러화의 영향과 무관치 않다. 부진한 내수도 문제다. 많이 벌었지만 그 과실이 국민 모두에 골고루 돌아가지 않는다면 사상 최대의 흑자가 무슨 의미가 있나. 당국은 국내 소비 진작과 국민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실효성 있는 정책들을 발굴해야 한다. 사상 최대 규모의 흑자가 좋은 일자리 창출과 소득 증대로 이어질 수 있게끔 머리를 싸매고 좋은 방안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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