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배도 못하는 갓난아기에게 천원을 주자니 낯 간지럽고, 만원을 주려니 부담되고…."
설날만 되면 '세뱃돈을 얼마나 주어야 하나' 고민을 하게 된다. 나이에 따라 얼마를 줘야 하고, 누구까지 줘야 하는지 머리가 이만저만 복잡한 게 아니다.
세뱃돈을 주는 것은 한 해 동안 자녀에게 복이 깃들기를 기원하는 전통풍습이다. 세뱃돈은 설날 아침 결혼하지 않은 자녀에게 붉은색(행운의 의미) 봉투에 돈을 넣어주던 중국 풍습에서 기원한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서는 예부터 자녀의 번성과 건강을 기원하는 의미로 새해 아침 떡이나 과일을 나눠주는 풍습이 있었다. 먹거리가 풍족해지면서 1900년대 초반쯤부터는 세뱃돈 문화가 생겨났다. 10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아이들의 복을 비는 세뱃돈의 의미는 여전하다.
세뱃돈은 금액이 커지면서 받는 사람에게는 1년에 한 번 얻는 큰 용돈이지만, 주는 사람에게는 출혈(?) 심한 명절 스트레스가 되고 있다.
모바일 설문조사기업 케이서베이가 30대 이상 900명을 대상으로 세뱃돈의 적정선을 조사한 결과, 절반 이상의 응답자가 초등학생의 경우 '1만원 내외'라고 답했다. 중학생 경우 '2만원 내외'가 29.1%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생과 대학생에게는 '5만원 내외'라고 답한 응답자 비율이 높았다. 즉, 초교생은 1만원, 중학생은 2만원, 고교생'대학생은 5만원이 적정 수준이란 의미이다.
누구까지 줘야 하는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초등학생 미만의 아이들에게도 세뱃돈을 주지만 말 못하는 갓난아기까지 챙겨주려니 아기 엄마에게 주는 듯한 느낌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준비하는 조카에게도 세뱃돈을 줘야 하는지도 고민스럽다. 상당수 사람들은 세뱃돈을 주는 대상을 어린이집에 다니는 아이부터 대학생까지로 정하고 있다.
세뱃돈 자체는 좋은 의도지만 거금이 나가다 보니 '본전' 생각도 난다. 주머니에서 나간 돈과 내 아이가 받은 세뱃돈을 셈해보면 마이너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잃은 사람은 있는데 딴 사람은 없다'는 화투판 얘기처럼 세뱃돈 셈법도 비슷하다. 직장인 조성훈(35) 씨는 "명절에 보는 조카들이 20~30명에 이르다 보니 세뱃돈으로 40만~50만원이 훌쩍 나간다"며 "설날 아침에는 형제끼리 서로 얼마를 주는지 눈치작전이 펼쳐지기도 한다"고 했다.
김봄이기자 b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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