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에서 4년간 수련하고 나온 전문의가 맹장수술도 할 줄 모른다는 말을 누가 믿겠습니까."
지역 의대 A교수는 의대생, 전공의 등 의료 인력들이 실제 임상 실습을 할 기회가 태부족이라고 혀를 찼다. 특히 로봇 수술, 내시경 수술 등 의료기술은 날로 첨단화되는데 의사들은 이를 제대로 배우기 어려워 자칫 의료사고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다고 했다.
그는 "오죽하면 최신 의료기기를 활용한 수술은 의사보다 그 기계를 판매하는 기사가 더 잘할 것이라는 우스갯말이 있겠느냐"며 "의사들이 술기(術技'의료 테크닉) 훈련을 집중적으로 할 수 있는 인프라가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의료기술훈련원, 왜 필요한가
대구시가 추진 중인 의료기술훈련원은 의료기술훈련 전용공간 구축, 의료기술 전문 훈련프로그램 지원 등을 통해 의료기술의 향상을 목표로 한다. 비행기 조종사가 땅에서 훈련할 수 있는 가상훈련조종 시스템과 같은 취지다.
의료기술훈련원 설립 필요성은 첫째 국가'사회적 차원에서 국가의료수준 향상에 기여한다는 점이다. 의료용 인체 모형, 가상 장기를 통해 의사, 간호사에게 다양한 임상 훈련 기회와 최신 의료 장비 활용 기회를 제공한다. 의료계가 절감하는 부분이다.
계명대 의대 박원균 교수는 "흉부, 복구, 산부인과 등 전 부분에서 내시경 수술이 늘고 있지만 전공의들이 이를 직접 해볼 기회가 적다. 로봇 수술은 직접 해보지 않으면 그 감을 익힐 수 없고, 환자 프라이버시 의식이 높아지면서 수술 참관 기회도 줄고 있다"며 의료기술훈련원의 필요성에 공감했다.
대구가톨릭대 의대 박정한 명예교수는 "서울 병원 쏠림 현상으로 인해 지방 의사들은 수술해볼 기회가 더 없어진다"고 지적했다.
경제적 차원에서도 임상기술센터, 시뮬레이션 센터를 병원별로 구축할 경우 생기는 막대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수도권 일부 의과대학들이 시뮬레이션 센터를 구축, 임상훈련 환경 개선에 나서고 있지만 교육 기회는 소수에 그치고 있다. 또한 의료기술훈련원은 해외 의료기기 기업 유치로 이어져 지역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의료기술훈련원을 유치하면 대구가 의료'IT 융합의 최적지로 자리매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첨단의료복합단지를 비롯해 5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 20여개 종합대학, 포스텍, 디지스트(DGIST), 대구테크노파크, 로봇연구원 등과 연계하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박 교수는 "IT와 BT(생명공학) 기술을 융합하면 간, 심장 등의 가상 장기를 개발해 임상에 활용하는 길도 열린다. 이를 만드는 자체가 R&D이고, 외부에 팔 수 있는 고부가가치 기술"이라며 "이를 통해 술기를 연마하면 의료서비스 수준이 한층 높아질 수 있다"고 기대했다.
◆해외사례 및 기대효과는
미국은 응급의학 전문의 수련프로그램에서의 가상현실 기반교육 비율을 2003년 29%에서 2008년 85%까지 늘렸다. 미 국립보건원은 다학제 간 융합연구를 통해 생명현상을 모사하는 프로젝트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영국 퀸 엘리자베스병원은 내과 전공의들이 대장이나 위 내시경 시뮬레이터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야 환자에게 시술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하고, 독일과 프랑스 등은 가상 생체모델 개발에 국가적 투자를 하고 있다.
호주와 뉴질랜드 등에서는 마취과 전문의 시험을 의료시뮬레이션으로 시행하고 있다. 호주 퀸스랜드 의과대학 임상술기센터는 3천500㎡ 면적에 26개 실습실, 모의 수술실 등을 갖추고 있다.
대구 의료기술훈련원의 모델은 이스라엘이다. 이스라엘은 국가가 의료훈련센터를 운영, 전문의 자격시험을 의료시뮬레이션으로 치르고 있다. 각 학회와 협의해 각종 국가시험, 인턴들의 병원 근무 전 의무교육, 의대생들의 의료실기시험 등을 시행하고 있다.
의료기술훈련원 유치는 ▷의료 질 향상 및 의료인력 훈련 효율화 ▷공공 의료 기반 강화 ▷의료 브랜드 가치 상승을 통한 지역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등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김준한 대구경북연구원장은 지난달 23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린 '대구 창조경제 실현 간담회'에서 최문기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게 창조경제 모델로 의료기술훈련원을 소개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의료와 IT, BT가 융합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의료기술훈련원은 첨단의료복합단지를 가진 대구에 반드시 유치돼야 하는 인프라"라고 강조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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