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이하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결정으로 신흥국발 금융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지난달 인도'터키'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일부 신흥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잠시 진정 기미를 보이던 신흥국 금융위기 가능성이 연준의 추가 테이퍼링을 계기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일부 국가의 경우 긴급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다. 앞서 연준은 지난달 29일 매월 채권매입 규모를 100억달러씩 더 줄이기로 했다. 시장조사업체 EPFR 글로벌 자료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터키 등의 외환위기 조짐 속에 지난달 신흥시장 주식에서 빠져나간 돈이 122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이 넘는 63억달러가 지난 한 주 동안에 유출돼 2011년 8월 이후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란 낙관적 분석도 있지만 신흥시장이 흔들리면서 미국'유럽'영국'일본 등 선진국 시장도 흔들리고 있다.
이들 국가의 주가지수가 2010년 유로존(유로 사용 18개국) 채무위기 이후 1월 기록으로는 처음으로 동시에 하락하며 신흥시장 위기가 선진국 시장으로 전이되고 있다. 런던증시의 FTSE 100 지수는 지난달 3.5%, 유럽시황을 반영하는 유로퍼스트 300 지수는 1.9% 하락했고 도쿄증시의 닛케이 225 지수는 8.5%, 뉴욕증시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3.6% 급락했다.
미 연준이 신흥시장발 금융불안을 언급하지 않은 채 100억달러 추가 긴축을 발표하면서 시중에 풀리던 막대한 돈이 계속 줄어들 것이라는 투자심리를 위축시켰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의 향후 경제흐름을 예측하는 주요 지표인 구매관리자지수(PMI)가 1월 기준선 50을 밑도는 49.5로 6개월 만에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시장을 혼돈으로 몰고 갔다. 이 지수가 50 밑으로 떨어지면 산업활동이 위축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일부에서는 미국과 유럽 등이 1997년 아시아 외환위기는 버텨냈지만 이번에는 힘들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IMF는 2일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부 신흥국에 제한되는 듯했던 금융시장 불안이 경제 기초 체력이 튼튼한 신흥국과 선진국으로 확산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신흥국들은 펀더멘털(기초체력)과 정책 신뢰성을 개선할 수 있는 긴급 정책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신흥국들은 부채를 줄이고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통제하는 것은 물론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고 밝혔다.
최창희기자 cch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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