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시험 공부에만 매달리던 시대는 지났다. 대학입시에서 수시모집이 대세를 이루는 가운데 각 대학은 독서활동, 동아리 활동, 봉사 활동, 과제연구(R&E: Research & Education) 등 비교과 활동 이력을 눈여겨보고 있다. 특히 과제연구 프로그램은 학교 현장에 확산되고 있는 추세다. 지적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을 뿐 아니라 학생이 희망하는 진로, 전공과 관련해 깊이 있는 지식을 쌓고 논리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어서다.
매일신문사가 대구시교육청, 경북도교육청과 함께 24, 25일 진행한 제2회 대구경북 청소년 학술대회도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이번 대회에서 발표된 논문은 사회과학 47편, 자연과학 56편 등 모두 103편. 포스터 형태로 보고서를 만든 '포스터 논문' 31편(사회과학 16편, 자연과학 15편)도 전시됐다. 이 가운데 최우수논문상을 받은 경북 고교생들의 논문을 소개한다.
◆구미 현일고등학교 조정민, 김민주, 조민희 학생의 '범죄소년의 교정을 위한 소년법상 제도의 현황과 개선 방안'=세 학생은 전체 소년 범죄가 감소 추세지만 3번 이상 상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소년 수는 증가하고 있다는 데 주목한다. 이에 따라 당국이 범죄를 저지른 소년을 교정하는 소년법상 제도 현황과 함께 그 실효성을 따져보려는 것이다.
논문에 따르면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처분 경우 소년사범 담당 검사의 관련 교육 시간 확대, 처분을 받은 소년을 관리'감독하는 인력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보호처분 역시 담당 인력이 부족한 형편이다. 논문 작성에 도움을 준 대구보호관찰소 구미지소 경우 214명의 소년사범을 감호하고 있으나 이들을 관리하는 인력은 고작 3명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보호처분 가운데 보호자에게 감호 위탁하는 경우 먼저 소년사범의 가정환경을 충분히 조사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보호자에 대한 교육, 지역 행정기관과의 연계를 통한 사후 관리가 병행돼야 효과적일 것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각 소년원마다 제공하는 교육 시설과 프로그램의 수준에 차이가 있으며 교육을 맡은 강사의 전문성이 부족한 것 역시 문제라고 했다.
◆포항제철고 김지원, 남경민 학생의 '포항제철고등학교 학생들의 페이스북 사용이 학업 성취 및 학교생활에 미치는 영향'=스마트폰과 태블릿 PC가 확산됨에 따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크게 늘고 있다. SNS 중 점유율 1위를 달리는 것은 페이스북. 두 학생은 포철고학생들이 어떤 이유로, 어떻게 페이스북을 이용하고 페이스북 활용이 학교생활에 얼마나 영향을 주고 있는지 연구했다.
포철고학생 38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80%의 학생이 페이스북을 사용한다고 답했고, 이 가운데 매일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학생이 절반인 것으로 나타났다. 페이스북을 통해 주로 하는 활동은 댓글 달기, 메시지를 이용해 채팅하기 등이었다. 하루 평균 이용 시간은 20분 이내가 가장 많았고 95%의 학생이 밤 시간대에 페이스북을 사용하고 있었다.
논문에 따르면 페이스북은 학교 소속감 증대, 교우 관계 개선, 학교생활 관련 정보 공유 등 긍정적 기능을 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사생활 공개에 따른 불안감 증대, 페이스북을 자주 확인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발생, 학습 시간과 수면 시간 감소, 수업 집중도 저하 등 부작용도 적지 않아 사용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는 결론을 이끌어냈다.
◆경주고등학교 조성배, 이동규, 이동진, 최현제 학생의 '면적이 보전되며 조각마다 미분 가능한 동역학계의 성질 연구'=조각마다 미분 가능한 동역학계는 공학, 생물학, 경제학 등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는 공학에서 교류-직류 변환기(AC-DC converter)에 사용되고 경제학에서 환율정책을 수립할 때 사용하는 수리적인 모델이기도 하다.
네 학생은 선형 맵에서 고유벡터와 고유값을 통해 고정 점의 안정성을 찾아보고, 조각마다 미분 가능한 맵의 자코비안 행렬을 계산해 고유값 산출 후 주기궤도의 모양을 조사했다. 또 매트랩을 이용해 'invariant curve'의 움직임과 삼각형 모양의 중립 지역도 연구했다.
이 같은 연구로 타원 모형이 일정 경계를 넘어서는 순간 형태가 깨진다는 점, 미분 불가능한 맵의 매트랩 알고리즘을 만들고 실행시켜본 결과 여러 개의 'invariant curve'가 생성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또 삼각형 모양 중립지역의 알고리즘을 생성시켜 'Basin 모형'을 얻었다.
◆영주제일고등학교 이석환, 김기삼, 안정현, 임기범, 김원종 학생의 '한강, 낙동강 수계에 따른 참갈겨니(Zacco koreanus) 유전자(COⅠ) 염기서열 비교'분석'=생명과학동아리 'S.O.B' 소속인 다섯 학생은 낙동강과 한강 수계의 참갈겨니가 유전적으로 차이가 있는지 연구했다. 참갈겨니는 잉어과 피라미 속에 속하는 물고기로 한반도 하천 전역에 분포하는 우리나라 고유종이자 영주 소백산 국립공원의 깃대종이다. 이들은 참갈겨니 유전자 염기서열을 분석한 결과 유전자 638bp(유전자 1개 길이는 1kb=1000bp) 중 공통 염기서열은 615bp였고, 나머지 23bp에서 차이가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당초 세웠던 가설처럼 두 수계의 참갈겨니를 2개 집단으로 명확히 나눌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같은 유전적 차이가 두 수계의 참갈겨니 집단 사이에 왕래가 없었기 때문에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지도 상으로 두 집단은 약 25㎞~30㎞밖에 떨어져 있지 않지만 낙동강 수계인 남원 천과 한강 수계인 남조천은 지류가 연결돼 있지 않는 데다 소백산이 둘 사이를 가로막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향후 한반도 주요 하천의 참갈겨니를 확보, 유전적 차이를 연구한다면 참갈겨니의 진화 과정뿐 아니라 하천의 변천 과정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구미 현일고등학교 김나현, 윤나영, 박정민, 김정원 학생의 '비진공 용액공정을 이용한 화합물 박막 태양전지용 CdS 버퍼층 증착'=석탄, 석유 등 화석 연료는 지구 온난화를 부르는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태양전지는 고갈되지 않고 환경에 무해한 태양빛을 이용하는 것이어서 화석 연료를 대체할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가격과 효율성 등의 문제로 상용화 단계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다. 네 학생은 어떻게 하면 태양전지를 널리 보급할 수 있을지 연구한 결과를 보고서로 써 포스터 논문 최우수상을 받았다.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전지에는 염료감응형(DSSC), 실리콘형(Si), 유기형(OPV)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그 가운데 화합물형(CIGS/CdTe) 태양전지는 휘어질 수 있는 특성에다 높은 효율성, 낮은 공정 단가 등 여러 장점을 갖고 있어 더욱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CIGS 태양 전지는 태양전지 내 광흡수층과 ZnO 창층 사이에 에너지 밴드 갭 차이가 커서 전자의 이동을 쉽게 하기 위해선 완충층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네 학생은 간단하고 저렴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CBD 공정을 이용, CdS 완충층을 만들 수 있는 증착 조건을 연구했다. 실험 변수는 Cd 전구체의 종류, 반응온도, 반응시간으로 잡았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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